김연철 통일부 장관(사진)이 17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던 김 장관은 끝내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여러 고려를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로 (하고 사직을 결심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직 제청을 하고 문 대통령이 재가하면 김 장관은 최종 사직 처리된다.
김 장관은 장관 후보자이던 시절부터 다소 '시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과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던 글로 인해 청문회 통과에도 난항을 겪었다.
김 장관은 2015년 3월 페이스북에 "군복 입고 쇼를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이 당신들 생각만큼 그렇게 우습지 않다" 등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선 "정신병에 가까운 강박증. 평균 이하인 지적 수준. 대화 자체가 불가"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박근혜가 씹다 버린 껌"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연신 머리를 숙인 끝에 장관 임명장을 받은 김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도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김 장관은 지난해 말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을 두고 "군사적으로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보이듯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소 북한이 "한미 위협이나 공격에 대비해 억지력 차원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을 해온 만큼 많은 북측을 두둔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단 비판을 받았다.
김 장관은 여당에게조차 북한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받은 끝에 장관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김 장관을 향해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통일부가 주무 부처로서 너무 둔감했다"고 비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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