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융정보회사인 레퍼너티브 리퍼에 따르면 미 MMF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4조6200억달러(약 5600조원)를 돌파해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3조5400억달러)보다 1조달러 이상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미 중앙은행(Fed)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작했던 2008년 말 MMF 잔액은 3조7600억달러였다.
MMF는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제외하고는 투자 상품으로 매력은 떨어진다. 미 금융정보회사인 아이머니넷에 따르면 최근 미 MMF의 평균 수익률은 ‘제로 금리’ 수준인 연 0.08%(과세 대상 MMF 기준)에 그쳤다. MMF 투자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유동성을 잠시 보관하기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MMF로 대거 돈이 몰리고 있는 데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과 금융회사, 개인들의 현금 확보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 증시가 계속 요동치자 시장을 관망하는 투자자 또는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실탄을 MMF에 넣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S&P500지수는 코로나19 우려가 극에 달한 시기였던 지난 3월 23일 올 들어 최저점(2237.4)에서 16일(3124.74) 기준 39.7% 반등했다. 그러나 11일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경기 회복 속도 둔화 가능성 경고에 5.9% 급락했다가 16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다.
MMF에 쌓여 있는 엄청난 유동성이 어디로 향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일단 유력한 행선지로 지목된다. 도이체방크가 5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최근 10년여간 최저 수준이다. 도이체방크는 개인투자자들은 이미 적극적인 주식 투자에 나선 반면 증시 ‘큰손’인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들어서야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월가에서는 적절한 투자 시기를 가늠 중인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MMF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MMF 잔액 급증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연방세 납부기한이 다음달 15일로 기존보다 3개월 유예되면서 기업에 남게 된 현금이 일시적으로 MMF로 흘러들어왔다는 것이다. 또 미 기업들이 급히 현금이 필요하게 되면 MMF에 잠시 예치해둔 현금을 빼내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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