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7일 업무상 재해로 숨진 이모씨의 유가족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이씨는 벤젠에 노출된 상태로 기아차에서 근무하다 이후 현대차로 옮겨 일하던 중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 유가족은 ‘조합원이 산재로 사망할 경우 직계가족 한 명을 특별채용’하도록 한 단체협약 규정을 근거로 이씨 자녀를 채용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해당 규정은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원고 측은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의 한계를 명백히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효력은 유효하며 해당 규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관점에서 공정성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대신해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피고 측은 해당 규정이 채용의 자유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취업할 권리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지금은 일자리 한 개가 중요해진 것이 현실”이라며 “현대·기아차의 구직 경쟁률은 심할 땐 700 대 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2013년 7월 생산직 공개 채용을 한 차례 한 뒤 채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013~2015년 단협으로만 10여 명을 뽑았다”며 “이 사건은 공정성을 세우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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