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간) 인도 북서부 라다크지역에서 인도 군인들과 중국 군인들 600여명 간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곳에서 양국 군이 충돌해 사망자가 대거 나온 것은 45년 만이다. 세계 인구 1, 2위의 대국들은 왜 난데없는 군사 충돌을 벌이는 걸까.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두 국가 간 해묵은 분쟁의 역사를 정리했다.
○中·印 수십년 쌓인 감정 골
충돌이 벌어진 곳은 두 국가가 맞닿아 있는 국경지대다. 중국과 인도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측량사들이 그어놓은 국경선은 분명하지 못했다. 지형이 워낙 험준한 데다 히말라야의 기후가 혹독했기 때문에 국경선을 단정짓는 게 쉽지 않았다.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모두 LAC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경이 아직도 확정이 안 됐다는 얘기다. 양국은 카슈미르와 시킴, 아루나찰, 프라데시 등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의 약 9만㎢ 땅이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인도는 카슈미르 악사이친의 3만8000㎢의 땅을 중국이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국경 문제로 양국은 1962년 한 달 동안 전쟁까지 치르기도 했다. 게다가 중국은 인도와 70여년 동안 분쟁을 겪은 파키스탄을 주요 동맹국으로 여긴다.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중 중국과 파키스탄 간 도로와 송유관 연결사업은 인도 입장에선 못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2017년 중국 기술자들이 부탄-인도-중국 간 국경 분쟁지역을 관통하는 새로운 도로 건설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도카라 고원에서 마주친 중국과 인도 군인들은 싸움을 벌였고 이는 73일간 이어졌다. 도카라 대치 이후 양국은 국경을 따라 새로운 군 시설을 세웠다. 인도는 실질통제선으로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 길을 닦는 등 준비를 마쳤다.
○총격전없이 흉기 들고 난투극
상황이 급격히 악화한 건 지난 15일이었다. 해 질 무렵 순찰을 하던 인도 병력이 좁은 산등성이에서 중국군을 마주쳐 싸움이 시작됐다. 인도의 힌디어 뉴스채널인 NDTV는 소식통을 인용해 소규모 인도군 순찰대가 갈완 계곡의 중국군 주둔 천막을 제거하러 갔다가 중국군과 만나 충돌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측은 이달 초 군사회담을 통해 병력 철수와 함께 이 천막 제거에 동의한 상태였다. 인도 정부 소식통은 인도군 지휘관이 떠밀려 강 협곡으로 떨어졌고 이후 지원군이 투입돼 양측 병력 600명이 맨손으로 싸우거나 돌과 못이 박힌 막대기, 쇠막대기를 무기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해당 지역에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싸움은 밤 늦게까지 6시간 가량 이어졌다. 인도군은 최소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사상자도 적게는 35명, 최대 45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실종된 병력이 있어 사망자 수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의 충돌로 사망자가 나오기는 1975년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당시 인도군 4명이 동북부 분쟁지 아루나찰프라데시에서 중국군의 매복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남탓하며 맹비난…대국 간 긴장
양국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비난전을 펼치는 등 세계 인구 1, 2위의 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 외교부 대변인인 아누라그 스리바스타바는 16일 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충돌은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현재 국경 상태를 바꾸려 한 결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측이 신중하게 합의를 따랐다면 양측의 사상자 발생을 피할 수 있었다”며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렸다.
중국 정부는 인도군이 15일 두 차례 국경을 넘어 도발했다는 입장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인도는 양측의 합의를 위반하고, 다시 LAC를 넘어오는 불법 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양측에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은 중국과 인도 모두에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라”고 촉구했다. 미국도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기대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상황 해결을 위한 평화적 해법을 지원할 것이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국은 외교장관 통화에서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 갈등 국면을 극적으로 봉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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