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은 지난 17일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왕정옥)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믹서기와 휴대용 가스버너 등을 왜 샀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물건을 한 번에 사는 습관이 있어 여러 개 조리도구를 사게 됐다. 곰탕솥도 하나는 친정어머니가 쓸 수 있다 생각해 구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물건은 고유정이 전 남편 강모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고유정은 "믹서기는 홈쇼핑에서 구입했는데 (현) 남편이 퇴직금을 받아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어 제가 요리솜씨가 있는 걸 알고 조리를 맡을 경우를 대비해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물품을 범행에 사용했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것들은 범행에 사용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검거 당시) 차 안에 각종 물건이 많았던 것도 내가 차를 (현) 남편과 싸운 후 일종의 안식처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이 강 씨를 살해하던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당시 수박을 자르던 상황이었는데 수박이 왜 그대로인 채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고씨는 "당시 전 남편이 (성) 접촉을 시도해 수박을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사형을 구형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제주 조천읍 한 펜션에서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됐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충북 자택에서 자던 네 살배기 의붓아들의 등에 올라타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도록 뒤통수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올 2월20일 고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의붓아들 살해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전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 부당,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고씨 역시 항소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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