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대 종난병원의 왕신환교수가 주도하고 미국 텍사스대 과학자들이 참가한 연구진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병원들에서 일하는 2만3000여명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4분의1은 바이러스에 직접 노출됐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그런데 전체의 4%만 항체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의 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오랜 기간 대항할 수 있는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백신과 치료제들이 사람이 코로나19에 (재)감염되지 않는 항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제로 개발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이들은 백신·치료제 개발을 돕기 위해 헌혈도 하고 있다.
그러나 우한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에 걸렸던 모든 이가 항체를 형성하지 않거나, 형성하더라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항체는 면역 과정에서 생성되며,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걸렸던 환자는 1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샘플을 체취했다. 의료진의 4%, 직원의 4.6%가 항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우한의 전체 병원 종사자 가운데 25%가 코로나19에 걸렸고, 상당수가 무증상으로 지나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1월 중순까지는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입증되지 않아 상당수 의료진이 보호장구 없이 환자를 대했다.
연구팀은 발열,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확실히 나타났던 이들은 항체를 형성하는 경향이 높았으나 무증상자는 항체를 형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조사 대상의 10% 이상이 항체를 형성했다가 한 달 정도 지나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왕신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가 면역력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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