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손정우'에 마지막 기회?…범죄인 인도 '불복절차' 생긴다

입력 2020-06-19 09:28   수정 2020-06-19 14:18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범죄인 인도조약에 불복 절차가 도입된다. 국내에 있는 범죄자를 외국으로 넘겨주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더라도, 범죄자가 이를 다시 한 번 고려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단심제 보완"…범죄인 인권 보호 강화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하반기 불복 절차를 넣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개정안 추진은 범죄인 인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손정우 사건과 관련해, 단심제 운영 시 범죄인들의 인권이 잘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외국에서 시행 중인 범죄인인도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범죄인 인도 시 3심제를 채택하고 있거나 재심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놨다.

범죄인 인도심사가 단심제라는 점은 꾸준히 논란이 됐다. 과거 범죄자가 위헌 소원을 낸 경우도 있다. 2001년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의 첫 대상이 된 강모씨는 당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통해 “현행 범죄인 인도법은 불복 절차를 두고 있지 않아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인 갱단과 함께 45차례에 걸쳐 집단 성폭행 범죄를 저지르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로 미국 당국으로부터 기소됐다. 1999년 배심원단의 유죄평결을 받았으나 징역 271년이 선고되기 직전 보석상태에서 국내로 도피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은 “범죄인 인도심사는 전형적인 사법절차의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특별한 절차”라며 다수 의견으로 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2의 손정우’에 다시 기회를

범죄인인도법이란 외국에서 그 국가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인이 국내에 도망 온 경우, 외국 당국이 요청할 시 국내 법원의 판단과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에 따라 범죄인을 외국에 넘긴다는 내용의 조약이다. 현재 국내 범죄인 인도심사는 단심죄로, 법원이 판단을 내리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범죄인은 그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복절차는 없다.

범죄인 인도 절차에 불복 절차가 도입될 경우 ‘제2의 손정우’에게도 법원 결정에 대해 읍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는 다음달 6일 미국 송환 결정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연방대배심원은 성 착취물 광고와 자금세탁 등 9건의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고 송환을 요청했다. 손씨의 미국 인도를 막기 위해 손씨 아버지가 손씨를 직접 검찰에 고발하고, 손씨는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받겠다”며 미국으로의 송환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호소한 바 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서울고등법원은 인도심사 청구 결정을 내린 30건 가운데 29건에 대해 ‘인도 허가’ 결정을 내렸다. 인도를 거절한 경우는 야스쿠니 신사에 방화한 혐의로 붙잡힌 중국인 류창씨 1건 뿐이다. 당시 서울고법은 “류창의 범행은 일반 방화 범죄의 성격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된 정치적 범죄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 ‘정치범 인도 불가’ 원칙에 따라 인도를 불허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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