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에 울상짓는 '커버드콜 펀드'

입력 2020-06-18 17:24   수정 2020-06-19 02:31

국내 증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낙폭을 거의 다 만회했지만 커버드콜 펀드 수익률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증시가 가파르게 반등한 것이 오히려 커버드콜 펀드에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커버드콜 펀드는 주가지수를 따라가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추가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3767억원인 ‘신한BNPP 커버드콜인덱스’ 펀드는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5.6% 수익을 나타냈다. 이 펀드는 코스피200 종목에 투자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코스피지수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2.6%)을 밑돌고 있다.

‘마이다스 코스피200커버드콜5%OTM’과 ‘미래에셋 TIGER200커버드콜ATM’ 상장지수펀드(ETF)도 각각 -7.2%와 -7.7%로 코스피지수보다 못했다. 커버드콜 전략에 레버리지를 더한 펀드와 코스피200 종목 대신 고배당주에 투자한 커버드콜 펀드는 더 부진했다. ‘DB 커버드콜2.0레버리지’ 펀드는 올해 수익률이 -14.6%, ‘KB 고배당커버드콜’ 펀드는 -19.2%에 그쳤다.

3월 19일 1457.6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이후 46.9% 급반등한 여파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커버드콜 펀드는 옵션 매도 프리미엄을 얻어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반면 기초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매도했던 콜옵션이 행사되면서 펀드 수익률을 깎아 먹는다”고 말했다.

콜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기초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을 행사해 시가보다 낮게 기초자산을 매수할 수 있게 되면 콜옵션 매수자는 대략 차액만큼 이익을 보고, 매도자는 그만큼 손실을 본다. 커버드콜 펀드는 증시가 하락할 때와 정체돼 있을 때 혹은 완만하게 상승할 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2012년 증시에 상장한 커버드콜 ETF인 ‘TIGER200커버드콜5%OTM’과 코스피지수를 비교해보면 커버드콜 ETF 수익률이 코스피지수를 웃돌 때가 많았다. 지난해에도 코스피지수가 7.7% 오를 때 ‘TIGER200커버드콜5%OTM’은 9.4% 올랐다. 2016년엔 각각 3.3%와 9.5%로 커버드콜 ETF 수익률이 월등히 높을 때도 있었다.

커버드콜 펀드가 인기를 끌며 2017년 초 4400억원대이던 전체 커버드콜 펀드·ETF 설정액은 한때 1조50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2697억원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968억원 줄었다. 인덱스펀드와 비슷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운용 보수도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정체돼 있을 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과 마찬가지로 커버드콜 펀드도 은행에서 많이 팔렸다”며 “하지만 이후 시장이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면서 옵션 매도형 상품에 불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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