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회고록 폭탄' 터졌다…"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 간청"

입력 2020-06-18 17:24   수정 2020-09-16 00:03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재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국가안보 이슈를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종속시켰고, 베이징의 인권 탄압을 도외시했다”며 “트럼프의 중국 정책 스캔들”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볼턴이 (회고록 집필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미국 법무부는 회고록 출간 저지를 위해 법원에 긴급명령을 요청했다. 미국 대선이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볼턴 변수가 대선판을 흔들 뇌관으로 떠올랐다. 볼턴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후계자이자 ‘슈퍼 매파’로 2018년 4월부터 1년5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북한, 이란, 탈레반 등 대외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찰을 빚은 끝에 ‘트윗 해고’를 당했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볼턴 신간 발췌록 공개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은 17일(현지시간) 볼턴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일부를 발췌해 소개했다. 회고록은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지난해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다. 볼턴은 두 정상 간 대화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확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긍정적으로 화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300년 사이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가 몇 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고 수위를 더 높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중서부 팜벨트(농업지대)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농산물 구매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이를 두고 “트럼프의 마음속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섞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나는 백악관 재직 시절 트럼프의 중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하원 탄핵으로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볼턴의 회고록으로 이번에는 ‘차이나 스캔들’이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폼페이오도 트럼프 조롱”

NYT는 볼턴이 회고록에서 “(트럼프가) 자신이 좋아하는 독재자들에게 개인적 혜택을 주기 위해 몇몇 범죄 수사를 중단하고 싶다는 의향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터키 국유은행 할크방크,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사에 개입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볼턴은 썼다. 트럼프는 같은 달 중국 톈안먼 사건 30주년 추모일에는 백악관의 성명 발표를 거부하며 “누가 그 일을 상관하느냐. 난 협상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회고록에 소개됐다.

볼턴은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도중 자신에게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짓말쟁이(He is so full of shit)’라는 쪽지를 건넸다고 적었다. NYT는 최고 참모들마저 등 뒤에서는 트럼프를 조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볼턴은 미·북 정상회담 한 달 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의 대북 외교를 가리켜 “성공할 확률이 제로(0)”라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회고록에는 또 폼페이오 장관이 미·북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를 듣고 심장마비가 온다며 트럼프를 무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볼턴은 18일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적합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이뤄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사진 찍기에 방점이 찍혀 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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