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부지 공원화 계획에…주민들 "반민주적 행태"

입력 2020-06-19 07:41   수정 2020-06-19 07:43


송현동 부지를 놓고 땅 주인인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도 서울시에 반대 의견을 냈다.

19일 서울시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삼청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 주민 400여명은 지난 17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안이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 4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북촌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들은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의 효율화와 그 지역의 시장 경제 생산성 제고에 도움을 줘 후손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는 데 목적이 있다"며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이라는 방법으로 사유지를 공원으로 수용해 공시지가에 보상 배율을 적용해 보상하는 절차는 민주주의 원칙과 절차의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이미 송현동 부지 반경 1∼2㎞ 이내에 삼청공원, 사직공원, 낙산공원 등이 있어 공원 이용에 불편이 없고 서울시가 공원 지정을 하고는 개발하지 않고 방치하는 토지가 수십만㎢라는 점도 반대 이유가 됐다.

주민들은 "송현동 부지는 수도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높이는 부지로 지켜져야 한다"며 "지하 주차장 시설과 16m 고도를 이용한 국가 정상회의장, 국제전시장을 건설하고 여타 공간에는 송현 숲을 조성하는 것이 후손에게 비전을 제시해주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 삼청구역 주민대표인 신동은 북촌지구단위계획 재정비 민관협의체 위원은 "서울시가 송현동을 문화공원으로 결정하기 위한 일련의 행정 절차 진행을 중단해 북촌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땅 주인인 대한항공도 인허가권을 무기로 삼은 서울시의 공원화 방침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소 5000억~6000억원에 매각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매각 작업에 피해를 봤다고 지난 11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16일에는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 계획 취소 의견서를 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기존 공원용도 도시계획조차 상당 부분 미집행된 상황이며, 공원 추진에 따른 막대한 재원 확보 어려움을 감안할 때 신규 공원 조성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은 정부의 긴급 지원을 받으며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받았다. 이에 송현동 부지 매각과 1조원 규모의 유상 증자 등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송현동 부지 매입에 관심을 나타낸 곳이 15군데나 됐지만,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송현동 부지 공원화 방침을 밝히면서 아무도 예비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통해 부지 보상가로 4671억3300만원을 공고했다. 대한항공이 계획한 최소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다, 그나마도 2021년에는 10%인 467억1300만원만 주고 나머지는 2022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토지보상법 등에 근거해 잔금 지급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매각과 대금 수령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와의 약정 준수에 심각한 어려움을 초래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을 저해할 것"이라며 "서울시가 언급한 부지 보상가액 4671억원은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 수준과 상당한 격차가 있어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출된 의견은 검토하고 정리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도건위)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이 담긴 북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이르면 내달께 도건위에 상정해 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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