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管鮑之交(관포지교)

입력 2020-06-22 09:00  


▶ 한자풀이
管: 대롱 관
주관할 관
鮑: 절인 물고기 포
之: 갈 지
交: 사귈 교

옛날 중국의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처럼
아주 돈독하고 허물없는 사이를 이름-<사기(史記)>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라는 두 관리가 있었다. 둘은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였다. 어려서부터 포숙아는 관중의 비범한 재능을 간파하고 있었으며, 관중은 포숙아를 이해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벼슬길에 오른 뒤 본의 아니게 적이 되었다.

규의 아우 소백은 제나라의 새 군주가 되어 환공이라 일컫고, 형 규를 죽이고 그 측근인 관중마저 죽이려 했다. 소백이 군주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운 포숙아가 환공에게 진언했다. “관중의 재능은 신보다 몇 곱절 낫습니다. 제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으로도 충분합니다만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신다면 관중을 기용하셔야 하옵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여 관중을 대부(大夫)로 중용하고 나랏일을 맡겼다. 재상에 오른 관중은 재능을 발휘해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시대의 패자로 군림하게 했다. 후에 관중은 포숙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가 젊고 가난했을 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하면서 언제나 그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했다. 그러나 포숙은 나에게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가난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몇 번씩 벼슬에 나갔으나 그때마다 쫓겨났다. 그래도 그는 나를 무능하다고 흉보지 않았다. 내게 아직 운이 안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싸움터에서 도망쳐 온 적도 있으나 그는 나를 겁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 늙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진정으로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

<사기>에 나오는 관포지교(管鮑之交) 관중과 포숙처럼 둘도 없이 돈독한 친구 사이를 일컫는다. 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사람이면 족하고, 두 사람이면 많고, 세 사람이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참된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참된 친구를 갖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동시에 깨우쳐주는 싯구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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