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짜뉴스' 바이럴 동영상을 공유한 트윗이 트위터로부터 경고 딱지를 받았다. 지난달 말 우편 투표에 대해 사실과 다른 트윗을 올려 '팩트 체크' 경고 딱지를 받은지 약 3주만이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동영상 트윗 하나에는 '조작된 영상'이라는 경고가 붙었다. 실제 CNN뉴스 영상이 아니지만 마치 CNN이 보도한 것 처럼 로고 등을 합성해 조작한 영상이라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영상은 백인 아동과 흑인 아동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 첫 부분은 흑인 아이가 앞으로 달려가고 있고, 백인 아이가 그 뒤를 뒤쫓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하단엔 가짜 CNN 로고와 '속보'라는 표식이 '겁에 질린 유아가 인종차별주의자 아이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자막과 함께 합성돼 있다. 이후 '인종차별주의자인 아이는 아마 트럼프 지지자'라는 자막도 나온다.
영상 뒷부분은 분위기가 반전된다. 실은 두 아이가 친구 사이로 뛰어가기 전 서로 포옹을 했고, 이후 서로 놀기 위해 달리기를 했을 뿐이라는 내용이다.
이후 영상은 '진짜 문제는 미국 사회가 아니라 가짜뉴스에 있다'는 자막을 띄운다. 미국 국토안보부의 테러 방지 슬로건 중 하나인 '의심스러운 장면을 봤다면 신고하라'는 자막도 이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사회에 실제로는 별다른 인종차별 문제가 없지만, 언론의 '가짜 뉴스' 때문에 인종차별 문제가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영상 앞부분은 실제 CNN뉴스 방영분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CNBC에 따르면 CNN은 두 아이가 노는 장면만 작년 9월께 방송에 내보냈다. 이후 누군가가 영상 앞뒤를 바꾸고 가짜 자막을 입혀 CNN이 사실을 오도한 것처럼 보이는 영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이같은 사실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조작된 영상'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론'을 주장하려 든 근거가 아이러니하게도 조작된 가짜뉴스"라고 지적했다.
이날 CNN은 트윗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순진한 아이들을 이용하는 가짜 비디오를 올리지 말고 사실에 입각해 일하라"고 정면 비판했다.
영상에 나온 두 아이 부모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영상에 나온 맥스웰의 아버지 마이클 시스네로스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순간을 담은 영상을 증오를 퍼뜨리는 데에 이용해선 안된다"는 글을 올렸다.
맥스웰과 함께 영상에 나온 피니건의 엄마 에리카 루소 멕케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에 완전히 충격받았다"며 "아름다운 비디오를 이런 식으로 이용한 것은 구역질나는 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엔 “우편 투표는 사기나 다름없다” “우편함이 털리고 투표용지와 서명이 위조되는 등 부정 선거가 이어질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경고 딱지를 받았다. 트위터는 경고 딱지와 함께 우편 투표 제도가 오레건, 유타, 네브라스카, 워싱턴 등 각 주에서 이미 운영 중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