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이 만나는 세상을 알게 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상도 ‘평행선이 만나는 세상’과 닮았다. 온라인 개학, 온라인 채용, 온라인 콘서트, 무관중 프로야구…. 종이 위 평행선으론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이 우리 삶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새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비대면)에 익숙해졌다. 코로나가 몰고 온 변화가 워낙 강력해 예수 탄생 전과 후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하는 B.C와 A.C를 코로나 전(Before COVID19)과 코로나 후(After COVID19)로 바꿔 부를 정도다.
새로운 A.C 시대에 재테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종이 위 평행선’과 ‘만나는 평행선’을 구분해야 한다. 종이 위 평행선은 코로나 전 우리가 익숙했던 재테크 방법이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그 돈을 저축이나 투자로 불리고, 대출 받아서 또는 전세 끼고 집 사고…. 이 과정에서 아파트로 재미 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자산 격차가 생기긴 했지만 이 방법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새로운 A.C 시대에도 이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등장한 뒤에도 종이 위 평행선이 진리인 것처럼 말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만나는 평행선’, 즉 재테크에서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는 많은 사람이 거의 동시에 경험한다. 하지만 재테크에서의 변화는 알아채는 사람이 처음엔 소수에 불과하다. 돈의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그 변화의 출발점은 ‘0%대 금리’다. 사실 저금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들 저금리를 잘 이용했을까. 대다수는 단지 저금리란 말에만 익숙해졌다. 부동산 규제가 지금보다 훨씬 느슨했던 저금리 시절을 재테크 기회로 삼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
이번 저금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코로나로 천문학적인 돈(유동성)이 풀린 데다 한국에선 사상 첫 0%대 금리 시대가 열렸다. 어디 그뿐인가. 미국 중앙은행(Fed)은 2022년 말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극복에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인 만큼 이런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결국 국내외 금리 수준과 지속 기간, 유동성 규모 등을 종합할 때 ‘만나는 평행선’에 해당하는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금리가 오르기 쉽지 않아 이번에 풀린 돈이 자산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자산 인플레이션’이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를 거란 얘기다. 문제는 올 3월 급락장에선 저가매수를 결행할 수 있었지만 증시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 이제는 베팅이 망설여진다는 데 있다. 언택트와 바이오, 반도체 등이 유망하다지만 이미 많이 올랐다는 부담이 앞선다. 부동산도 가격이 다시 꿈틀거리자 정부가 곧바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어 역시 여의치 않다.
이렇게 주저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돈은 결국 더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몰릴 테고, 그 흐름을 따라간 사람만 보상받을 것이다. 0%대 금리에서 시작된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평행선이 만나는 세상을 모르고 계속해서 ‘종이 평면’ 위에서 살게 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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