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홀로 외로이 한잔 술에 몸을 기댄다'…연인 떠나보낸 아픔 담아

입력 2020-06-19 17:18   수정 2020-06-20 01:26

2019년 봄날, 장윤정이 노래 꽃 날개를 펼쳤다. 그녀의 음반 ‘쁘레빠라씨용’을 양손에 펼쳐들었다. ‘트로트 레볼루션’이라는 평을 들었다. 노래 혁명이라는 말은 장윤정에게는 통할 듯하다. 쁘레빠라씨용(Preparation)은 무용수가 회전 또는 점프를 하기 전 준비하는 예비 동작을 뜻하는 말이다. 곡마단(曲馬團)의 예술 기교가 음반의 제목이 된 것이다. 장윤정의 노래는 2019년 ‘미스트롯’에서 가장 많이 불렸다.

‘목포행 완행열차 마지막 기차 떠나가고/ 늦은 밤 홀로 외로이 한잔 술에 몸을 기댄다/ 우리의 사랑은 이제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우리의 짧은 인연도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잘 가요 인사는 못해요 아직 미련이 남아서/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 그냥 편히 웃을 수 있게/ 우리의 사랑은 이제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우리의 짧은 인연도 여기까지가 끝인가요/ 잘 가요 인사는 못해요 아직 미련이 남아서.’(가사 일부)

1959년 안정애가 부른 ‘대전 부르스’의 마지막 소절이 목포행 완행열차다. 그 소절이 60년을 맞이해 다시 노래제목으로 탄생한 것이다. 노래는 작사가 최치수가 대전역에서의 두 사람의 이별 장면을 가사로 얽었는데, 신유진은 ‘목포행 완행열차’에서 정들었던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고 혼자 남은 화자를 등장시킨다. 배경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전역 광장 앞 오른편 포장마차 속이 아닐까. 외로이 한잔 술에 몸을 기대는 이별 연인의 반쪽 심정은 무슨 색깔일까. 화자는 혼자서 생각한다. 먼 훗날 다시 만나리라고. 그때 편히 만나기 위해서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않는다. 홀로 남은 이 연인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장윤정은 1980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해 영신여고를 거쳐 서울예대를 졸업했다. 여덟 살 때인 1988년 KBS ‘전국노래자랑’ 평택편에 출전하지만 예선에서 탈락한다. 이후 1999년 19세에 ‘내 안에 너’라는 곡으로 강변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받으면서 가요계에 데뷔하지만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명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시기 그녀는 수많은 지방 행사를 다녔다. 차를 타고 달린 거리는 지구 다섯 바퀴나 되며, 기름값만 2억5000만원이 들었단다.

그녀는 2004년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재연배우로 활약하다가 인우프로덕션과 인연이 닿아 ‘어머나’로 일약 스타가 된다. 이 노래로 세미트로트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장윤정 열풍을 몰고왔다. 그해 말 한국가요대상 시상식을 휩쓸었고, 2005년 ‘짠짜라’를 연이어 히트시키며, 가요 톱10 메인 MC로 발탁됐다.

1980년 11월 9일 KBS 전국노래자랑이 처음 시작됐는데, 그해 장윤정이 태어났다. 그 당시 심사위원 딩동댕 아저씨가 바로 작곡가 임종수. 그로부터 8년 뒤 1988년 평택편 노래자랑 때 여덟 살 장윤정이 임종수와 처음 만난다. 당시 노래는 잘했으나 나이가 너무 어려서 예선 탈락했다. 이때 임종수는 “이다음에 커서 찾아오라”는 말을 남긴다. 이 인연으로 2008년 임종수 작곡의 ‘애가타’를 장윤정이 부르게 됐다.

우리나라 유행가는 1990년대가 복고(復古)의 전환점이다. 이 시기 신세대를 대표하는 가수가 장윤정이다. 남자는 박상철. 201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 대중가요는 K팝으로 우뚝 선다.

유차영 < 한국콜마 전무·여주아카데미 운영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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