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이사장이 어쩌다 낙선자 봐주는 자리가 됐나

입력 2020-06-19 17:34   수정 2020-06-20 00:19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내정됐다고 한다. 공단 이사장 자리는 김성주 전 이사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난 1월 사퇴한 이후 계속 공석이었다. 이사장은 선출 절차가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 등 정권 핵심부에서 내정하는 인물이 임명돼 왔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다 기금 규모가 700조원이 넘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관행을 꼭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김 전 이사장에 이어 김 내정자에게는 이전 이사장들과는 다른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직전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는 점이다. 김 전 이사장은 20대 총선에서, 김 내정자는 21대 총선에서 각각 쓴잔을 마셨다.

물론 낙선 자체가 결격 사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독 현 정부 들어 이런 관행이 두 번 연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를 그저 낙선자가 ‘미래를 도모하며 잠시 머무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은 연금 관련 전문성이 거의 없는 전임 이사장을 임명했을 때부터 엿보였다.

과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들은 대체로 금융 전문가이거나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지낸 인사들이었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임명됐더라도 그 나름대로의 전문성을 지닌 인물들이었다. 이번에 내정된 김 전 차관은 기재부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2003년 기획예산처에서 복지노동예산 과장을 지낸 것을 제외하면 연금 관련 이력은 거의 없다.

국민연금은 2057년 기금 고갈이 예정된 시한폭탄과 같다. 국가적으로 전문가들이 매달려 개혁 방안을 논의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공단 이사장 자리를 ‘정치인의 쉼터’ 정도로 여기고 있다. 복지부 장관은 아예 국민연금 개혁 포기 선언까지 했다. 국민의 노후가 걸린 문제를 이렇게 소홀히 다뤄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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