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감정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반면 KTX와 수서고속철도(SRT)를 각각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과 SR은 나란히 낙제점을 받았다. 실적보다는 탈원전과 ‘집값 잡기’, ‘문재인 케어’ 같은 정부 정책을 잘 지원했느냐가 공공기관의 성적을 갈랐다는 평가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심의·의결했다.
129개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가운데 감정원, 한수원, 한국남동발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 건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21개 기관(16.3%)이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코레일과 SR 등 16개 기관(12.4%)은 ‘미흡(D)’ 등급으로 평가됐다. 임원의 비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최하 등급인 ‘아주미흡(E)’으로 분류됐다.
공기업 중 D등급 세 곳
기재부가 2019년도 36개 공기업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 A등급은 6개, B등급은 14개, C(보통)등급 13개, D등급은 3개였다.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은 한 곳도 없었다. 전년도 평가 결과(A등급 6곳, B등급 15개, C등급 9개, D등급 4개, E등급 1개)와 등급 분포는 비슷했다.
A등급을 기록한 곳은 한국감정원, 한국남동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조폐공사, LH다. LH는 2018년에 이어 작년에도 A등급이다. 나머지 기관은 모두 B등급에서 한 등급 올랐다.
기재부는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공헌을 많이 하고 신사업 진출 등 혁신성장을 잘 추진한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적자가 나도 사회적 가치 실현 등 정부 정책 기조를 잘 따르면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은 계속됐다.
이런 경향은 건보공단, 한전 등 평가에 큰 영향을 줬다. 건보공단은 2017년 3685억원 흑자에서 2018년 3조8954억원, 작년 3조6266억원 등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지만 2018년과 작년 모두 A등급을 받았다. 문재인 케어를 잘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은 덕분이다.
한전 역시 영업이익 적자가 2018년 2080억원에서 작년 1조3566억원으로 급증했지만 2018년에 이어 B등급을 받아 선방했다. 탈원전 정책 기조를 따르다가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고 보고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탈원전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한수원도 영업이익이 2018년 1조1456억원에서 작년 783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경영평가 점수는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랐다.
석탄공사와 (주)SR, 코레일은 낙제점(D)을 맞았다. 철도공사는 일부 직원들이 경영평가를 높게 받으려고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의혹이 정부 감사를 통해 작년 4월 적발됐다. 석탄공사는 중대 산업재해를 일으킨 책임을 물어 낙제점을 줬다.
관광공사 등 등급 상승폭 커
50개 준정부 기관 중 10개 기관이 ‘우수(A)’ 등급을 받았다. 이 가운데 관광공사와 철도시설공단, KOICA는 2018년도 평가에선 ‘보통(C)’ 등급이었다. 당시엔 평가 대상의 절반 이상인 31개 기관이 C 등급보다 높은 A와 ‘양호(B)’ 등급을 받았다. KOICA는 2017년도 평가에선 가장 낮은 ‘아주미흡(E)’으로 분류됐으나 2019년도엔 A등급을 받았다. KOICA가 2016년 처음 준정부 기관으로 편입된 뒤 받은 역대 최고 등급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예금보험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는 2018년도 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받았다가 올해엔 A로 등급을 끌어올렸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은 2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이에 비해 기술보증기금과 도로교통공단 등 5개 기관은 1년 만에 A에서 B로 한 단계 떨어졌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6개 기관은 ‘미흡(D)’으로 분류됐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평가대상 중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아주미흡(E)’을 받았다.
임원 성과급 10% 반납 권고
기재부는 D, E등급을 받은 17개 기관의 임직원 성과급을 삭감하고 이 가운데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 15명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 특히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코레일에는 관련자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레일 일부 직원이 경영실적 평가를 높게 받기 위해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확인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모든 임원에게 성과급의 10%, 특히 금융형 기관 임원에게는 성과급의 15% 이상을 자율 반납하도록 권고했다. 또 직원 성과급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으로 지급할 것을 권했다.
정인설/서민준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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