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국내 패션업체 F&F가 미국 디스커버리엔터프라이스인터내셔널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선보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캐주얼 브랜드를 찾는 1020세대를 겨냥했다. 디스커버리가 히트를 치자 다른 업체들도 라이선스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이들은 뉴트로(새로운 복고) 트렌드에 맞춰 빅로고, 오버사이즈, 다채로운 색감 등의 디자인을 적용해 1020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뉴트로 신규 브랜드 줄줄이
스노우피크어패럴은 올해 봄 처음 제품을 내놨다. 모바일 액세서리 제조, 폐지 회수 및 판매 등을 주로 하던 버추얼텍이 자회사 데브그루를 통해 선보인 라이선스 브랜드다. 벌써 신세계 센텀시티, 갤러리아 광교, 현대 신촌 등 주요 백화점 20여곳에 매장을 냈다. 올 연말까지 매장을 6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프리미엄 캠핑용품 브랜드인 스노우피크는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스노우피크어패럴은 데브그루가 제조, 판매를 하고 일부 캠핑용품은 일본 본사에서 들여와 같이 판매한다. 아웃도어 브랜드이지만 평상시에 입기 좋은 맨투맨, 티셔츠, 반바지 등도 선보였다. 데브그루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8) 확산으로 해외 여행을 못 가게 되자 캠핑 등 국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캠핑용품 브랜드에서 출발한 스노우피크 의류의 인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코닥어패럴도 올 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신생 캐주얼 브랜드다. 하이라이트브랜즈가 카메라용 필름으로 유명한 코닥으로부터 국내 의류 라이선스 사업권을 따냈다. 하이라이트브랜즈는 패션 스타트업 투자의 '큰손'으로 불리는 대명화학의 자회사다. 주로 투자만 해오던 대명화학이 자회사를 통해 직접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코닥어패럴은 코닥 로고 고유의 빨강, 노랑 등 원색을 살리고, 필름의 아날로그 감성을 적용한 디자인의 의류를 선보였다. 빅로고 티셔츠, 오버사이즈 반팔 티 등이 잘 팔린다. 요즘 1020세대가 즐겨 입는 스타일을 신속하게 신상품으로 내놓는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여개 매장을 열었다. 연말까지 4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잠재력 높은 캐주얼에 도전장
국내 패션업계는 장기불황에 코로나19까지 덮쳐 위기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새로운 캐주얼 브랜드가 등장하는 건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캐주얼의류 시장 규모(2018년)는 15조2917억원으로 전년보다 42% 급성장했다. 여성정장(3조777억원)과 남성정장(3조9425억원)을 합한 금액보다 두 배 이상 크다. 성장세로 봐도 스포츠(20%), 정장(20%)보다 높아 신규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전혀 다른 업종에서 파생된 패션 브랜드가 유행한 건 2012년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때부터였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2017년 롱패딩 열풍 때 11월 한 달간 9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8년 3200억원, 지난해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본 다른 업체들이 라이선스 브랜드의 가능을 보고 뛰어든 것이다.
F&F는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이전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인 MLB의 국내 의류 라이선스 사업도 했다. 2011년 론칭한 캐주얼 브랜드 MLB는 의류뿐 아니라 야구모자의 인기가 높다.
2015년엔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 내셔널지오그래픽도 더네이쳐홀딩스를 통해 국내 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처음에 여행용 캐리어로 시작해 의류, 신발, 가방, 캠핑 장비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 의류보다 일상복에 가깝고,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보다는 얌전한 디자인이 2030세대에서 통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1020세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브랜드, 독특한 상품을 찾아나선다"며 "전혀 다른 업종을 접목한 독창적인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