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협상 종료 코앞인데 공문만 '핑퐁'…HDC현산은 왜 産銀을 안 만나나

입력 2020-06-21 17:23   수정 2020-06-2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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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합니까. 만나서 얘기하면 되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향해 언짢은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서면으로 하겠다는 HDC현산에 “진지한 협의는 편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 완결돼야 하는 아시아나 M&A는 산은과 HDC현산의 ‘대면 접촉’이 끊어지면서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HDC현산은 지난 4월 이후 산은에 11건의 공문을 보냈다. 아시아나 재무상태에 대한 자료 요청도, 인수조건 재협의 요구도,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확약도 모두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친 문서로만 하고 있다.

올초만 해도 이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만나는 등 양쪽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산은 관계자는 “고위 경영진이든 실무진이든 만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HDC현산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왜 서면 협의를 고수하는 것일까. HDC현산의 공식적인 설명은 “혼선을 최대한 막고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언론의 관심이 쏠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서면을 통해 각자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자는 것이다.

산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깔려 있다. 산은은 “인수조건 재협의를 원한다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먼저 제시하라”고 했다. HDC현산은 “지금 만나도 딱히 제시할 조건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항공업황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데 인수금액이나 조건을 어떻게 다시 계산해 내놓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정 회장)의 결심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가 협상 테이블에 나가 이런저런 경우의 수를 조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M&A에 잔뼈가 굵은 미래에셋이 HDC현산과 컨소시엄을 이뤘다는 점에서 고도의 협상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은은 HDC현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나서 설명하면 간단할 일도 공문으로 하면 산은 내부의 보고단계를 수차례 거친 뒤 금융당국과도 공유해야 하는 등 일이 복잡해진다”며 “산은 내부의 피로감이 크다”고 했다. 산은은 보도자료에서 “진정성이 의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HDC현산을 압박했다.

M&A 과정에서 ‘대면 여부’를 놓고 공개 설전이 벌어진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면서도 “거래의 주도권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거래가 엎어질 가능성은 양쪽 모두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며 “시장 상황이 변하고 환경이 바뀌어 협의할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HDC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기 위한 ‘마지막 걸림돌’로 꼽았던 해외 기업결합심사는 이번주 모두 마무리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으며 러시아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늦어도 이번주 초에는 절차가 완료돼 승인 통보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임현우/이상은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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