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당시 최소 60명의 일본인이 미군과 함께 한반도에 건너와 18명이 실제 전투에 참가했고, 2명이 전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 당시 구 소련과 북한 측은 "일본인이 국제연합(UN)군에 참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실제 참전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은 22일 미국 국립공문서보관소의 미군 극비문서를 입수해 "1950년 일본인 민간인 남성 최소 60명이 한반도로 건너가 미군에 복무했고, 18명은 전투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60명 가운데 20명 미만의 소년이 18명이었고, 이 가운데 4명은 실제 전투에 참가했다.
전선에서 사망한 일본인은 최소 2명으로 1명은 전사가 확인됐고, 1명은 행방불명됐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이 비밀리에 특수부대를 편성해 기뢰제거, 항만업무 등에서 미군을 지원한 사례는 알려져 있지만 일본인이 전투에 참가한 사실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843페이지에 달하는 미군 극비문서에 따르면 한국에 건너간 60인 가운데 46명은 10~20대였으나 9살 어린이도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복무자는 51세였다. 27명에게는 총과 칼 등 무기가 지급됐고, 전투에 참가한 18명 모두 실제로 사용했다고 확인했다. 12살 소년을 포함해 적어도 4명이 "전투에서 북한병사를 살해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규슈의 미군기지 캠프 코쿠라에서 자동차정비를 담당하던 우에노 타모쓰(당시 20세)는 통역으로 한반도에 건너갔다. 미군이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에서 일본어가 많이 쓰일 것이라고 착각한 탓인지 한반도에 건너간 일본인 복무원 상당수가 처음에는 통역원 임무를 부여받았다.
우에노 타모쓰는 곧 칼빈총을 지급받고 격전지였던 대전 전투에 참가했다. 북한군의 포위망에 걸려 포로가 된 미군 24단장 윌리엄 딘 소장과 밭에서 몸을 숨겼다는 기록도 있다. 그는 "북한군을 몇명이나 죽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증언했다.
오사카 출신의 남성(당시 20세)은 "7개월 간 전선에 있으면서 15~20명을 사살했다"고 증언했고, 당시 12살이었던 도쿄 출신 소년병은 "북한군 4,5명을 사살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전사자는 '히라쓰카 시게지', 행방불명자는 '미네후미 요시와라'로 출신지와 연령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60인 대부분은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한반도로 건너가 약 7개월 후인 51년 1~2월 귀국했다. 일본 방위성은 마이니치신문의 취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으며 아직 답변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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