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 의료계, 스타트업에 인텔의 인공지능(AI), 컴퓨팅 기술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텔은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 업체다. PC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면서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시점에 인텔이 돌연 ‘사회적 책임’을 들고 나섰다.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술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5000만달러(약 604억7500만원)를 내놨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연구와 원격 교육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이어 지난달에는 연간 기업책임보고서와 함께 향후 10년간 추진할 ‘글로벌 도전과제’를 발표했다. 기술을 통한 전염병 대응,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기술 접근 확대, 탄소 중립적인 컴퓨팅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등을 추진하겠다는 세부 계획을 내놨다.
권 대표는 인텔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코로나19의 진단, 치료, 백신 개발과 비대면 업무, 교육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우리가 보유한 전문성, 자원, 기술을 공유하는 것이 기술기업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염병을 극복하고 미래의 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선진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관련 업계에 기술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계층·성별·지역에 따른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그 까닭입니다.”
현재 한국에도 인텔의 코로나19 대응 기술 이니셔티브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있다. 국내 인공지능 의료 진단기술 중소기업인 ‘제이엘케이’가 주인공이다. CXR(흉부촬영) 이미지 분석 솔루션으로 현장 혹은 클라우드에서 즉각적인 코로나 진단에도 활용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현재 솔루션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권 대표는 “인텔코리아가 본사에 추천해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6만달러(약 7200만원)의 자금과 오픈비노 등 인텔의 컴퓨팅 솔루션이 지원됐다”며 “국내 업체 몇 곳과 추가적인 지원을 위한 논의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텔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텔의 AI 교육 커리큘럼인 ‘인텔 AI 포 유스 (Intel AI for youth)’는 인문계·특성화고 15곳에서 정규 수업 및 방과후 과정으로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3000여 명의 학생들이 경험했다.
지난해 인텔코리아가 LG전자와 함께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연 AI 드론대회 역시 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학생들은 일정 기간 AI 관련 교육을 받은 뒤 환경, 교육, 지역사회 등 자신들이 해결하고 싶은 과제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드론에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직접 작동시키는 것이 과제였다. “성공한 학생도 있지만 적지 않은 학생이 드론을 띄워 데이터를 찾아내는 데 실패했어요. 하지만 드론이 뜨지 않아도 도전 자체로 신나던 학생들의 표정이 아직 생생합니다.”
권 대표는 “AI는 일상에 스며 있는 기술”이라며 “한국의 젊은 세대가 AI를 학습 대상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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