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이 테슬라와 다시 계약한 속사정은 [오춘호의 글로벌뷰]

입력 2020-06-22 11:35   수정 2020-07-09 11:17

그동안 서로 소원한 사이로 지냈던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과 다시 손을 잡았다. 테슬라는 지난 17일 파나소닉과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한다. 파나소닉이 2년간 생산 능력을 늘리고 테슬라가 파나소닉의 배터리를 일정 규모 구입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계약으로 두 기업의 행보에 세계의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들의 불편했던 관계가 완전히 해소되고 새로운 협력단계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봉합에 그치는 것이고 결별할 것인지에 대해선 시장의 논란이 분분하다. 과연 이들의 재결합은 성공할까.

독점 누리다 생태계 변화에 적응 못해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그야말로 전기차의 동지였다.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협력관계를 맺었던 건 2009년 여름. 테슬라가 설립된 뒤 불과 5년이 지난 해였다. 물론 초기 전기차 주력제품이었던 모델 S를 내놓기 훨씬 이전이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2014년 모델 S를 시판하면서 전기차 배터리는 일본에서 만들어진다고 까지 말했다. 그는 자신을 종종 일본 사무라이에 비유할만큼 지일적 기질을 많이 드러내곤 했다. 머스크는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심장의 역할이기 떄문에 모델 S의 핵심은 바로 일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사의 관계는 2016년 미국 네바다주에 배터리공장 기가팩토리를 공동으로 세우면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기가팩토리는 총 50억달러(약 6조원)을 투입한 설비로 머스크사 70%인 35억달러가량을 투자하고 파나소닉이 30% 정도인 15억달러를 투자했다. 테슬라는 이 공장을 설립하면서 파나소닉에 2018년까지 35기가와트시(GWh), 2020년에 50기가와트시를 공급해달라고 주문했다. 1기가와트시는 연간 5만대분의 전기자동차 전지를 생산하는 규모다. 테슬라가 목표로 하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공급하려면 50 GWh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머스크의 생각이었다. 테슬라는 이를 2020년까지 파나소닉에 만들어달라고 계속 주문했다.

'노(No)라고 말할 수없는 파나소닉'

하지만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요구에 맞추지 못했다.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점점 멀어져가고 LG 화학과 중국의 CATL에 손을 내밀었다. 테슬라가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 3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가고 있다. 테슬라가 판매하는 신차 전지의 대부분을 파나소닉이 제공해 온 독점 공급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파나소닉도 이에 질세라 2019년 1월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제휴를 했다. 이 사건은 두 기업이 결정적으로 결별하게 한 사건이었다. 급기야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에서 LG화학은 1위를 기록했고 파나소닉은 2위로 떨어졌다.

파나소닉은 그동안 가전 세트업체로 성장해와 수직 계열화에 의한 분업체계에 익숙한 기업이었다.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수준과 생산 규모, 이들의 주문 방식 등에 대해 전혀 대처하지 못했던 게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무엇보다 독점시장이 붕괴하면서 다른 전지업체들의 빠른 추격을 파나소닉의 기업문화가 견뎌내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중국 전기차 시장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이익 확보도 줄어들었다. 테슬라는 이미 여러 2차전지 업체에 부품 구매 체제를 구축해 파나소닉에 가격인하를 재촉했던 것이다. 파나소닉이 자만에 빠져있었던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본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베터리 엔지니어가 부족해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2차전지 시장은 수요자인 자동차업체와 공급자인 배터리 업체간 워낙 부침이 심한 생태계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있는 관계다. 정작 파나소닉이 두려워 하는 건 한국에 밀린 반도체 산업의 전철이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파나소닉과 테슬라의 이번 계약 내용에 대해선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 업계에선 구매단가와 향후 파나소닉의 생산 증강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만 있으면 제품은 팔린다는 생각이 깊었던 파나소닉이었다. 이제 시장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없는 파나소닉’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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