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 오후부터 북한이 최전방 지역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 작업 정황을 포착했다. 비무장지대(DMZ) 북측지역 일대 여러 곳에선 동시다발적으로 재설치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확성기 방송 시설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철거했지만, 철거 2년여 만에 재설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DMZ 일대에서는 확성기 방송을 통한 비방과 선전 등 활동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확성기 방송 시설 재설치는 대남 심리전 강화 차원의 후속조처로 보인다. 최근 북한군 총참모부가 군사행동을 예고한 후 대남 전단을 대량 인쇄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어서다.
앞서 북한은 2018년 5월1일 최전방 지역 40여곳에 설치한 대남 확성기를 철거했다. 남측도 최전방 40여곳에 둔 고정식·이동식 확성기 방송 시설을 같은 달 4일 철거한 바 있다.
당시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첫 이행사례였다.
4·27 판문점 선언은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하였다"고 나와 있다.
북한 군의 행태에 우리 군 당국도 대응 차원에서 기존 철거했던 시설을 복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심리전 수단'으로 꼽힌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10여km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을 전할 수 있다.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군 부대에서 밤낮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발언이다.
특히, 남측은 기존 고정식 확성기보다 10km 이상 더 먼 거리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는 신형 이동식 확성기 차량도 갖고 있다.
1963년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되고 시설도 철거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대응조치로 다시 설치됐고,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다시 재개한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