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증인' 5·18 헬기조종사 "UH-1H 광주 사격 없었다"

입력 2020-06-22 18:45   수정 2020-06-22 18:47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전씨 측 증인으로 출석한 헬기 조종사가 5·18 당시 "UH-1H 헬기의 사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22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14차 공판기일이 열렸다. 전씨는 배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 측은 백성묵 전 육군 제1항공여단 61항공단 203항공대장,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을 5·18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 여부와 관련한 군 지휘부의 증언을 확보하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날 법정에는 백씨만 출석했다.

1980년 5월 21일 다목적 기동 헬기인 UH-1H 10대를 인솔해 광주에 출동한 백씨는 "203항공대는 UH-1H를 운용하며 누구로부터 헬기 사격 지시나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 탄약을 지급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관총을 장착했고 저공비행 등 무력시위를 했지만 헬기 사격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는 "당시 우리 헬기가 총을 달고 내려갔는지 기억할 수는 없는데 원래 군인들은 총을 달고 다닌다는 뜻으로 말했다. 이후 다른 사람을 통해 확인하니 무장을 안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UH-1H에 M-60 기관총을 장착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훈련인 줄 알았기에 장착하지 않고 광주에 왔다는 주장이다.

이어 "손승렬 61항공단장 등을 태우고 옛 전남도청 주변을 비행했는데 동체 뒷부분에 5발의 피격 흔적을 확인했다"며 "이때부터 김순현 장군의 명령으로 UH-1H는 저공비행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전일빌딩 탄흔에 대해서는 "급하게 경사를 주면 가능할 수 있겠지만 헬기 날개깃(블레이드)에 맞을 수 있어 헬기에서의 상향 사격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다른 항공부대가 지상군으로부터 구두로 무장헬기 지원 요청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고 진술했다. 다만 500MD와 코브라 등 무장헬기가 수행한 작전에 대해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5월 말까지 광주에 주둔하는 동안 헬기사격과 관련한 어떤 무전이나 교신은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20일 열린다. 전씨 측이 신청한 군 관계자들을 신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 17에는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에 대해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다.

앞서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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