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살펴보자. 영국의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상황을 극복하고 선전하고 있는 글로벌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제약 분야 유수의 기업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포함됐다. 2016년 상장 이후 1년6개월 만에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에 오르는 기록적인 성장을 달성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국제 무대에서도 각광받는 명실상부 대표적인 글로벌 성장주가 된 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분식회계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열릴 예정이다. 오랫동안 상장사를 경영해온 필자로서는 한 회사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매우 고민스럽다.
하지만 필자는 투자자들이 이미 결론을 내줬다고 생각한다.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 부정이 있다고 믿었고, 아직도 그렇게 믿는다면 전 세계 투자자가 참여하는 개방된 한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라는 현재의 기업 가치는 형성될 수 없을 것이다. 대규모 부실을 고의로 감추고, 성장을 과도하게 평가한 회사가 계속 증시에 상장돼 있는 것을 자본시장 참여자들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시장경제에서 활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반영되는 ‘투명한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상장회사 회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대해 생각해 보자. IFRS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가장 잘 측정하기 위해 특정 규칙을 세세히 규율하기보다는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는 기준을 기업이 채택하도록 하는 ‘원칙 중심’의 제도다. 또 ‘형식에 함몰되지 않는 경제적 실질(substance over form)’이라는 대원칙을 추구하고 있다. 회사가 IFRS 원칙에 부합해 회계 처리를 했음에도 이에 대한 사후적 해석의 차이로 혼란이 생긴다면 IFRS에 대한 개별 회사와 투자자 등 시장 참여자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상장회사 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특혜나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되지만 대기업이기 때문에, 혹은 특정 기업이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역차별당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본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와 함께 세계 주요 시장에 팽배해 있는 자국 이익 우선주의의 역풍까지 맞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소재부품 전쟁 등 개방경제 체제의 한국이 과거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외롭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을 헤쳐 나가려면 기업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도 부족한 상황인데, 경영상 불확실성이 가중된다면 더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 우려된다.
많은 기업인이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지켜보며 가슴 졸이고 있을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훼손돼 투자를 망설인다면 우리 젊은이들 일자리는 누가 만들겠는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국 자본시장의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신뢰성이 훼손되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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