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여행 풍경도 크게 바꾸고 있다. 해외여행은 각국의 국경 봉쇄와 입국자 자가격리 방침으로 위축되고 있다. 올여름 휴가철이 돼도 북적이는 인천공항 풍경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그때까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사태가 누그러지더라도 사람들의 불안감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전 올린 뉴요커 기자는 얼마 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코로나19 이후의 삶’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접혀 있는 것 같던 세계지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정될 것”이라며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것을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썼다.
해외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은 국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희망하는 여름 휴가 1위는 국내 여행(27.3%)이었다. 국내 각종 여행지 중에서도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을 특히 선호했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감염 위험 없이 탁 트인 곳에서 힐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촌 힐링 여행, 팜스테이
풍광 좋은 자연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농촌 힐링 여행을 주목해볼 만하다. 가장 대표적인 게 팜스테이다. 팜스테이는 농장(farm)에 머무는(stay) 여행이다. 농가에 숙식하며 농산물을 수확하고 시골 문화도 체험하는 일종의 ‘농촌 체험 여행 프로그램’이다. 개울이나 강에서 물놀이와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팜스테이는 농협중앙회가 1999년 처음 시작했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도농 상생’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사업을 마련했다. 팍팍한 삶에 찌든 도시민에게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저렴한 휴가지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부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팜스테이 선정 조건은 까다롭다. 팜스테이 마을로 선정되려면 주민 과반수가 동의하고 농가 10가구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친환경 농법을 통해 우수 농산물을 재배해야 하며 방문객을 맞을 편의시설과 농촌·농업 체험 프로그램도 갖춰야 한다.
농협은 높은 수준의 팜스테이를 유지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농협은 팜스테이 마을을 선정한 뒤에도 프로그램 운영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매년 다시 평가하고 등급을 매긴다. 방문객의 불만이 많은 곳은 팜스테이 퇴출 조치를 내리기도 한다. 도시민의 만족도를 끌어올려야 프로그램이 잘 운영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별도 평가를 하지 않았다. 작년을 기준으로 경북 영양 대티골자연생태치유마을 등 62개 마을에 ‘최우수 등급’을 줬다. 최우수 등급을 받은 마을들은 △뛰어난 이용 편의성 △훌륭한 체험 프로그램 △깨끗한 식당·숙박시설 등을 갖춘 곳이다.
다양한 농촌 체험 가능
과거엔 농촌 체험 여행이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여행자 대부분이 농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험했던 농사일 등을 굳이 다시 체험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도시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에게 농촌을 체험하는 것은 ‘신세계’에 가깝다. 어린 아이들은 물론 도시에 익숙한 젊은 부부들도 농촌을 새로운 곳으로 여긴다.
팜스테이 마을에 가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체험 유형은 △벼 베기, 옥수수 따기 등 영농 체험 △치즈 만들기, 떡메치기 등 음식 체험 △새끼 꼬기, 투호놀이 등 농촌 문화 체험 △물고기 잡기, 뗏목 타기 등 야외 체험 등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각 마을의 자연 환경과 재배작물, 전통 등에 따라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다르다. 그래도 산과 계곡을 끼고 있는 지역이 많아 어디를 가든 흥미롭고 유익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팜스테이 일정은 대략 이렇다. 마을에 도착해 아이들과 농기계 마차를 타고 농촌마을을 돌아본 뒤 각종 작물을 수확한다. 손수 채취한 나물로 만든 반찬이 올라온 시골밥상으로 배를 채운다. 식사 후에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거나 뒷동산에 오른다. 전통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둑어둑해지면 모닥불 근처로 모이기도 한다. ‘한국식 캠프파이어’다.
홈페이지 통해 예약은 필수
시골집이라고 숙소나 화장실이 지저분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다수 팜스테이 숙박시설은 깨끗하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휴가시즌에 찾아도 바가지 요금을 물리지 않는다. 대규모 숙박시설을 갖추지 않은 만큼 인파에 시달릴 일도 없다. 황토 온돌로 이뤄진 민박집부터 한옥, 게스트하우스, 펜션에 이르기까지 숙소 형태도 다양하다. 폐교를 개조해 숙박시설로 만든 마을도 있다. 수영장과 캠핑장을 갖춘 팜스테이 마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예약은 필수다. 농협 팜스테이 홈페이지에서 각 마을의 위치와 특징,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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