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전직 메이저리거 강정호(사진)가 국내 복귀를 노리는 가운데 23일 '사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장을 입고 나타난 강정호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준비한 회견문을 약 5분간 읽어내려갔다. 공개 사과 표명과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강정호는 "어떠한 말로도 잘못을 되돌릴 수 없지만 다시 한번 제 잘못을 돌아보고 야구선수 강정호로, 인간 강정호로 성실하고 진실되게 살고자 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에 적발됐고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구단에 알리지 않으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잘못된 생각을 가졌다"면서 "2016년 뺑소니 사고는 정말 나쁜 행동이었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강정호가 2016년 음주 뺑소니 운전 사고를 일으킨 뒤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정호는 그동안 미국에 계속 머물다 지난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병 검역 절차에 따라 2주간 자가격리를 거친 뒤 이날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섰다.
한국 최고의 유격수로 활약했던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렸으나 2016년 12월 서울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앞선 2009년과 2011년에 두 차례 더 음주운전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강정호는 이날 회견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구단에서 받아준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들에게 돕는 데 쓰겠다"면서 "음주운전 피해자들을 돕는 캠페인을 펼치고 기부활동을 이어가겠다. 우리나라 음주운전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4년째 금주 중이라는 강정호는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한 뒤 음주운전 피해자와 유소년 프로야구 꿈나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강정호는 "한국에서 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겠다"며 "은퇴할 때까지 기부하고, 비시즌에 재능 기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기 위해 복귀를 결심했다"며 "어린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고 그래서 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여러 번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반성하는 모습을 야구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2016년 음주운전 이후 미국 당국으로부터 취업비자를 받지 못한 강정호는 2017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2018년 간신히 미국 땅을 밟았지만 예전 기량을 되찾지 못한 채 2019시즌 중 방출됐다.
미국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올해 5월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한국프로야구(KBO) 사무국에 제출하면서 국내 복귀 절차에 돌입했다.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가 KBO리그에 복귀하려면 보류권을 지닌 전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가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입단 계약을 맺어야 한다. KBO가 내린 1년 유기 실격 징계는 그때부터 적용된다. 키움 구단은 강정호의 공개 사과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계약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글=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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