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프로그램 '놀면뭐하니'에 등장한 이효리는 추억 속의 '배꼽티', 크롭티셔츠(크롭탑)를 입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텐미닛' 시절의 이효리로 탈바꿈한 그녀는 복근을 드러내는 흰색 크롭티셔츠와 카고바지를 맞춰입었다. 비·유재석과 결성한 '싹쓰리(SSAK3)'의 멤버 린다G로 변신한 후에는 어깨가 노출된 크롭 티셔츠와 과거 '통바지'로 불리던 폭이 넒은 데님 팬츠로 탁월한 패션센스를 뽐낸다.
# 포털사이트에 '맥심'을 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는 '레트로 보온병'이다. 이는 동서식품이 올 4월 선보인 1만5000개 한정판 ‘맥심 커피믹스 레트로 에디션’에 들어 있는 사은품이다. 1990년대 판촉물이던 빨간색 보온병은 추억을 되살리는 광고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온라인에서 일찌감치 품절됐다. 현재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당초 커피세트 가격의 두 배 가까운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소비시장을 강타한 키워드 '뉴트로(New-tro)'가 올 상반기에도 세를 과시하고 있다.
24일 유통가에 따르면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는 직접 겪어보지 않은 과거를 요즘 방식으로 즐기려는 MZ세대(밀레니얼 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와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층 모두의 선호를 받으며 불황 속 힘을 더해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소비자들에게 일상의 재미를 찾는 문화가 되고 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단 수제맥주 ‘곰표 밀맥주’다.
대한제분과 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편의점 CU와 협업한 곰표 밀맥주는 일주일 만에 30만 개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CU가 2018년부터 수제맥주를 선보인 후 3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이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곰표 브랜드 협업의 일환으로, 치약(애경산업), 패딩(4XR), 쿠션팩트(스와니코코) 등의 연장선이다.
곰표 밀맥주는 수제맥주 주 수요층인 20~30대 뿐 아니라 곰표에 대한 추억이 있는 40~50대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 매출 중 40대 고객의 비중은 5.6%에 그친 반면 곰표 밀맥주는 40대 고객의 비중이 14.3%에 달한다. 곰표 밀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CU가 1년 전부터 선보인 '곰표 팝콘' 매출도 40%나 뛰었다.
이와 함께 식품업계에서는 충성고객을 갖춘 기존 제품의 과거 디자인을 되살린 상품을 한정판으로 출시하거나 향수, 관련 굿즈(증정품)을 증정하는 '펀슈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70주년을 맞은 칠성사이다에 대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150mL 용량의 칠성사이다 12병을 멀티박스에 담은 ‘빈티지 미니어처 세트’ 등 한정판뿐 아니라 다양한 칠성사이다 관련 굿즈를 제작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숄더백, 에어팟케이스 등 20~30대의 실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다양한 굿즈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향수, 유리컵 세트의 경우 이미 품절된 상태다.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제과가 ‘과자종합선물세트’를 출시해 옛 명절선물을 추억하는 어른들과 MZ세대를 함께 공략한 바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과거 단종된 치킨팝을 재출시해 2600만봉지를 팔았다.
김정섭 신영증권 연구원은 "제과 업계는 정체된 과자류 시장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고, 이의 일환으로 기존 히트 상품 중심으로 뉴트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업계에서도 크롭 티셔츠뿐 아니라 이른바 '곱창머리끈'으로 불리던 헤어 스크런치를 비롯해 오버핏 스타일링이 유행하고 있다. 비단 국내 만의 추세가 아니다. 글로벌 뉴트로 트렌드의 확산으로 크리스찬 디올, 구찌, 지방시 등 명품 브랜드들도 몇년 전부터 '빅로고'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뉴트로 트렌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출시 후 주력 제품으로 우뚝 선 '진로이즈백'의 인기가 여전하다. 맥주의 경우 오비맥주가 한정판으로 내놨던 'OB라거'를 정식제품으로 운영하면서 레트로 분위기를 더해가고 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상무는 뉴트로 유행에 대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일상 생활 속 소소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