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못쓰지, 손님은 안오지…대형마트 '고난의 언택트'

입력 2020-06-25 14:27   수정 2020-06-25 14:2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형마트 업계가 생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확산으로 매장 방문 소비가 위축된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수혜까지 받지 못하다보니 실적 악화의 골은 더 깊어졌다. 고육지책으로 상품권 지급에 대규모 할인까지, 역대 최저가 물품을 선보이며 매장으로 손님을 불러들이는데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다.

하지만 사상 첫 무급 휴직에 임금 삭감, 일부 매장 폐점까지 삼중고의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 롯데마트, 사상 첫 전 직원 무급휴직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신청받았다. 다음달부터 올해 말까지 20일이나 30일 중 기간을 정해 무급으로 쉬도록 할 예정이다. 롯데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2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6.6% 감소했다.

롯데마트는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정리해 허리띠를 더 졸라맬 예정이다. 연내 16개의 점포를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양주점과 천안아산점 점포 문을 닫은데 이어 내달 신영통점, 천안점, 의정부점, 킨텍스점 4곳을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 역시 대대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지난 17일 홈플러스는 부문장 이상 임원들이 3개월 간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결의했다. 실적 부진에 코로나19까지 덮치자 사상 처음으로 급여 반납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홈플러스는 2019년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준 매출액이 7조30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69% 쪼그라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38% 감소한 16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2018년(-1327억원) 대비 301% 악화했다.

홈플러스는 임원 급여 중단을 포함해 신사업 투자 계획을 잠정 중단하는 등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또 경기 안산, 대전 둔산, 대구점 등 3곳의 매장을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점을 매각하면 노동자 수천 명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는다. 주변 점포로 분산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경영진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커피보다 싼 와인…4만7000원짜리 쿠폰북도

마트업계는 비용 줄이기에 힘쓰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대대적인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되자 발길이 뜸해진 고객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통 큰 할인으로 고객 모시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커피 값보다 싼 와인까지 등장했다.



롯데마트는 25일부터 3000원대 와인을 한정 판매하기로 했다. 스페인의 수출 전문 와이너리 ‘비노스 보데가스’의 와인 ‘레알 푸엔테’ 드라이레드·세미스위트 2종을 3900원에 40만병 판매한다. 앞서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4900원대 와인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3000원대 기획 와인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내 유통되는 일부 수제맥주 1캔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이밖에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삼겹살 오징어 수박 등 신선식품에 대해 행사카드로 결제하면 최대 30% 할인 혜책을 제공하거나 패션 잡화, 가공식품을 최대 50% 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쇼핑지원금 뿌리기'라는 특단의 대책도 내놨다. 롯데마트는 내달 12일까지 3만원 이상 구입한 엘포인트(L.POINT) 회원과 롯데·KB국민·삼성 등 3개사 카드로 결제한 고객에게 최대 4만7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쿠폰북을 증정한다. 쿠폰은 전국 모든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3개사 카드로 주중에 5만원 이상 구입하면 5000원 할인을, 주말에 8만원 이상 구입시에는 8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엘포인트 회원에겐 주중에 5만원 이상 구입하면 3000원 할인, 주말에 8만원 이상 구매하면 5000원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고객의 매장 방문이 줄어든데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돼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지금은 고객 모시기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판단으로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트업계 뿐 아니라 마트에 납품 중인 소상공인 농어민들이 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만약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진행된다면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감안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가 제외된 점이 매출에 직격탄을 날렸다"며 "대형마트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절반은 농가에서 올라오는 축산(수입육 제외) 농산품 등인 만큼 대형마트는 대기업이라는 논리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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