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大漁)로 꼽힌 SK바이오팜의 공모주 청약이 흥행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의 주식을 받기 위해 몰린 금액만 31조원에 달한다. 경쟁률도 323대 1을 기록, 그야말로 역사를 새로 썼다.
24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등에 따르면 SK바이오팜 주식을 받기 위해 몰린 금액은 30조9889억원이다. 청약 경쟁률은 323.02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첫날 경쟁률과 청약금액은 눈치게임에 불과했다. 전날 경쟁률과 증거금은 각각 61.93대 1, 5조9412억원이었다.
SK바이오팜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던 제일모직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앞서 제일모직은 2014년 12월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194.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30조649억원이었다.
이번 SK바이오팜 공모주를 받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거나 퇴직금을 '몰빵'했다는 사례가 심심찮게 전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선례를 기억하고 이번 공모에 그야말로 사활을 건 것이다.
SK바이오팜이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먼저 SK가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를 낮게 잡아 상장을 추진해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바이오주(株)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반영됐다. 시장에 유동성(자금)이 유입된 점도 SK바이오팜 흥행에 한 몫했다.
상장(7월2일) 후 본격적으로 SK바이오팜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의 90~200% 범위 안에서 시가가 결정된다. 시가 위아래로 30%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상장 당일 주가는 최대 12만7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공모주에 당첨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주당 7만8400원의 차익을 거두는 것이다.
구자용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의 2종 의약품의 가치만 해도 4조원 이상으로, 다른 의약품까지 감안하면 기업 가치는 5조원 이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적정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대체로 많은 편"이라며 "상장 초기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이 코스피200지수에 조기에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형 IPO 종목은 모두 상장 직후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됐다. 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 시총 50위 내로 진입하면 신규 상장종목 특례로 9월10일 선물·옵션 만기일에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된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엑스코프리)를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본격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상업화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첫 사례다. 내달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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