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경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공연장 벗어나 시민 곁으로…K팝과 협업도"

입력 2020-06-24 17:06   수정 2020-06-25 03:51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최근 엄숙한 음악홀을 벗어나 다양한 장소에서 음악회를 열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부악장 웨인린(바이올린)과 피아니스트 문정재가 사전 촬영한 공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25일에는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대성당에서 ‘퇴근길 콘서트’를 연다. 부지휘자 윌슨 응이 지휘봉을 잡은 ‘고궁음악회’도 지난 20일 열었다. 당초 덕수궁에서 열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촬영했다. 주로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서울시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클래식 대중화에 본격 나서고 있다. 시민들이 보다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장소에서 연주회를 열고 K팝 등 대중음악 장르와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를 지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먼저 서울시향이 최근 클래식계의 이슈로 떠오른 ‘무대 위 거리두기’를 국내에서 처음 시행한 이유를 물었다. “경영자로서 단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했을 뿐입니다. 단원들이 불안전한 환경에서 연주하면 오히려 공연의 질이 떨어집니다. 독일 등 해외 예술단체들의 방역 규정을 참조하고 서울시향 이사로 계신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거리두기 매뉴얼을 마련했습니다.”

2018년 3월 취임한 강 대표는 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를 음악감독으로 지난해 6월 선임했다. 새 음악감독과 함께 분위기를 일신하려고 했으나 지난 2월 벤스케 음악감독의 취임 연주회 이후 올 상반기 공연이 모두 취소됐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공연 환경은 서울시향에 변화를 요구했다. 강 대표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공연 계획을 세웠다. 음악홀에서 연주할 기회가 감소하고 ‘무대 위 거리두기’로 연주자 수도 줄어들면서 단원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다. 새 형태의 공연과 연주 경험이 필요했다. “벤스케 감독도 아예 원점부터 시작하는 데 동의했어요. 단원들을 설득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단원들에게 공연 기획에 직접 참여하게 해 ‘주인의식’도 되살렸습니다.”

단원들도 여기에 차츰 공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공연장에만 머물러선 연주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민친화적인 공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서울시향은 이달 12일 SM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음달부터 SM 소속 가수의 노래를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연주한 음원을 공개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K팝과의 협업으로 클래식도 쉬운 음악이란 걸 알릴 예정입니다. 영화음악이나 게임음악 반주 등도 시도할 계획입니다.”

서울시향의 이런 행보에 대해 클래식계의 우려도 나온다. 클래식 음악에 자부심이 강한 기존 단원들과 불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강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했다. 그는 “단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몇몇 협업 아이디어는 단원들이 직접 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의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서울시향의 롤모델로 꼽았다. 베를린필은 영유아부터 노인들까지 쉽게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연주회나 교육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열어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클래식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싶습니다. 모든 서울 시민이 서울시향의 팬이 되는 그날까지 노력할 겁니다”

글=오현우/사진=신경훈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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