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이후 최대 규모
알테오젠은 10대 글로벌 제약사 A사와 피하주사 제형(SC) 기술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에 대한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금은 1600만달러(약 194억원)다. 제품 개발과 허가, 판매 실적에 따라 총 38억6500만달러(약 4조6770억원)를 받게 된다. 한미약품이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5조1845억원에 기술이전한 이후 최대 규모다.
ALT-B4는 약물이 인체 피하조직을 뚫고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분해효소다. 이 물질을 사용하면 정맥주사제를 피하주사제로 바꿀 수 있다. A사는 ALT-B4를 자사 후보물질들에 적용해 피하주사제로 개발하고 이를 전 세계에서 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임상시험에 쓰일 시료와 최종 허가된 제품에 들어갈 ALT-B4는 알테오젠이 직접 생산한다.
이번 계약은 비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이기 때문에 알테오젠은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기업들과 언제든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해 11월 10대 글로벌 제약사 B사와 1조6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사진)는 “향후 A사가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후보물질에 ALT-B4를 적용할 때 추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계약금 규모가 작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할로자임은 로슈에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HER2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줘서 HER2와 관련해 추가 기술이전을 할 수 없었다”며 “우리는 비독점적 기술이전이기 때문에 동일한 표적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도 그 물질이 다르기만 하면 기술이전을 추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편의성 획기적으로 높여
ALT-B4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환자의 사용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정맥주사는 환자가 2~3주마다 병원에 가서 2시간 이상 맞아야 한다. 반면 피하주사는 인슐린 주사처럼 환자가 직접 자기 몸에 5분간 놓으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박 대표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기존 SC 기술보다 피부에 더 잘 스며들기 때문에 투약 시 고통이 작고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했다.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경쟁사들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로슈는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SC 제형으로 바꾼 허셉틴SC로 유럽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오리지널 제품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에 대항하는 전략 중 하나로 SC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 더 입지가 공고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SC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알테오젠과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뿐이다. 할로자임은 15년간 로슈,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에 7조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했다. 박 대표는 “우리 기술은 할로자임보다 보관 기간이 길고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성질)이 낮아 약효가 더 높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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