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화된 기업 규제 강화로 민간 부문 체력은 코로나 확산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상태였다. 국회예산정책처 집계 결과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중은 2017년 4분기부터 2019년 4분기까지 15.5%포인트 급등해 작년 말 197.6%에 도달했다. 지난해 증가폭은 10.0%포인트로, 비교 가능한 41개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여기에 미증유의 코로나 경제위기까지 덮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어 부채 증가세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로 감당 못하는 기업이 올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은이 내수 및 수출 충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가정한 ‘심각’ 시나리오로 추산한 올해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1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지난해(32.9%)보다 17.6%포인트 급등한 50.5%에 달한다.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내려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는데도 그렇다. 아울러 GDP 대비 민간신용 비중도 더욱 치솟아 올해 말 208%에 달할 전망(국회예산정책처)이어서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민간 부문의 가파른 부채 증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경제위기 지속→가계·기업부채 증가→경제난 심화’의 악순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즉시 손을 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 가운데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속히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허약해진 경제 체력을 되살리려면 경제 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족쇄’도 풀어줘야 한다. 민간 부문의 활력이 살아나야 일자리가 늘어나고 가계의 소득도 증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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