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선 OCI가 모집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여전히 A급(신용등급 A-~A+) 이하 회사채시장에선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진 기업들은 조달이 쉽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OCI가 3년물 800억원어치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10억원의 매수주문만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번에 팔리지 않은 채권 중 400억원어치는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이 사들이기로 했다. 나머지 290억원어치에 대해선 발행일인 다음달 2일까지 추가 청약을 받기로 했다. 이때도 매수 수요가 없으면 발행 주관과 인수를 맡은 증권사들이 미매각 물량을 나눠 떠안을 예정이다.
A급 이하 회사채 발행시장의 긴장감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 메리츠금융지주(영구채) 를 시작으로 현대건설기계, 한화건설, GS건설, 사조산업이 연이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채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기관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현재 우량등급으로 분류되는 'AA-' 이상의 회사채를 제외하곤 투자수요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적과 재무상태가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일수록 기관들의 관심을 끄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OCI 역시 주력제품인 폴리실리콘 가격하락으로 최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영업손실 929억원을 내며 지난해(1806억원)에 이어 적자를 쌓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 OCI는 지난 2월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2~3월 OCI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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