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제 후 강남·잠실 집값 "되레 더 올랐다"

입력 2020-06-25 13:24   수정 2020-06-25 14:06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는 뜸하지만 오히려 호가는 올랐어요. 주변에 개발호재가 이렇게 많은데 집주인들이 급하게 집을 팔 이유가 있겠어요? 수요자들만 낭패죠.”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송파구는 지난 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매가 막혔지만 호가가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잠실동을 포함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등 4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이제부터 이들 지역에서 대지지분 면적이 18m² 초과인 주택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관할구청 허가를 받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이같은 조치로 정부는 시장 과열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집주인들 사이에선 어차피 오를텐데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잠실 대장주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면적 84m² 호가는 최대 23억원선이다. 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지난 22일 기록했던 신고가(23억원·16층)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인근 엘스 아파트 전용 84m²에선 최대 23억원 중반대에 매물이 나왔다. 직전 거래가이자 최고가인 22억원에서 1억5000만원가량 뛰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보단 수요자들이 더 힘들어졌다”며 “매물은 없고 그나마 물건이 있어도 대출 규제에 막히고 허가를 받기 힘드니 매매 계획을 가지고 있던 수요자들의 고민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해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후 지정까지 엿새간(17∼22일) 강남구 송파구 등에선 73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발표 전 엿새 동안(11~16일) 거래건수가 134건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매거래는 되레 45% 넘게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은 뛰어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삼성동에선 22일 래미안삼성1차 전용 182m²가 28억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에 이 지역 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 152m²도 28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치동에서는 롯데캐슬 전용105㎡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들 단지의 집주인들은 앉은 자리에서 몇 개월 만에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 가량을 벌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강남권은 완전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희소성만 더 높아져 수요자들의 매수 욕구만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강남구 삼성동의 Y공인 관계자는 “다들 강남에 집을 못사서 안달인데 집을 가진 매도자들은 크게 아쉬울 것도 없다”며 “되레 이번 조치로 정부가 대놓고 개발호재와 인프라가 갖춰질 로또 지역을 찍어준 셈이 됐다며 집을 내놨다가 거둬들인 집주인들도 여럿 된다”고 전했다.

아슬아슬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피한 강남 아파트들도 반사 이익을 누리며 값이 뛰는 분위기다. 송파구 신천동에선 파크리오 매물의 호가가 나날이 치솟는 중이다. 6·17 대책 이전인 6월 초까지만 해도 전용 84m²의 경우 16억원 후반대에서 17억원 선에 집을 살 수 있었지만 현재는 20억원 이상을 줘야 매매가 가능하다. 신천동은 행정동은 잠실4·6동이지만 법정동은 신천동이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피했다. 같은 신천동에 위치한 장미 진주·미성·크로바 등에도 투자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걸리지 않은 역삼이나 도곡, 개포 등 나머지 강남 지역에서도 값이 뛰는 추세다.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84m²는 규제 전까지만 해도 22억~23억원 선에 살 수 있었지만 현재 호가는 최대 26억원선까지 올랐다. 역삼동 자이 전용 84m²도 22억원 후반대에서 최대 24억원으로 며칠 만에 1억원 넘게 상승했다.

송파구 T공인 관계자는 “강남이나 잠실 일대에서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이지 않은 지역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듯 하다”며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늘이 가장 저가’라는 말이 나돌 정도”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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