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지정취소를 앞둔 대원·영훈국제중이 마지막 반론절차에서 “서울교육청의 평가 기준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교육청이 평가지표를 일방적으로 불합리하게 바꾼 것은 물론 평가지표를 바꾸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들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국제중 취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서울교육청은 대원·영훈국제중의 국제중 지정취소 처분과 관련해 학교의 입장을 소명하는 청문을 진행했다. 청문절차는 국제중이 교육당국을 상대로 반론을 펼칠 수 있는 마지막 절차다. 청문 이후 서울교육청이 교육부에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하기로 결정하면 두 학교는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 취소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문을 진행한 대원국제중은 △재지정 기준점을 70점으로 상향한 점 △학교 구성원 만족도 점수를 9점으로 하향 조정한 점 △서울교육청이 평가지표를 지난해 12월 뒤늦게 알려준 점 등을 불합리한 평가 근거로 들었다. 대원국제중은 올해 평가에서 65.8점을 받아 4.2점차로 탈락했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장은 청문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표기준이나 배점이 변경됐다면 타당성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전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며 “평가지표를 바꿨다면 해당 절차에 대한 회의록 등 기록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청은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장은 이어 “서울교육청이 미리 국제중 지정취소를 하려는 의도를 갖고 평가를 했다는 의심마저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부터 청문을 진행한 영훈국제중 역시 서울교육청의 평가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성기윤 영훈국제중 교감은 “추첨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다보니 학생 간 영어교육 격차가 발생해 세 단계 레벨로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했는데 교육청은 이것을 강제적 우열반이라고 평가했다”며 “국제중의 교육 방향을 곡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원·영훈국제중 학부모 50여명은 이날 국제중 재지정 취소를 철회해달라며 침묵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지난 22일부터 이같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학부모 황 모씨(50)는 “국제중과 같은 국제교육과정이 사라진다면 학부모들은 거액을 내고 유학을 시켜야 한다”며 “오늘 나온 학부모들도 부자가 아니라 자녀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해주고픈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했다.
국제중 재지정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부산국제중, 청심국제중이 재지정을 통과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 부산교육청과 달리 서울교육청만 더욱 엄격한 잣대를 국제중에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학교들은 국제중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조희연 서울교육감 의중이 평가에 크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공약과 별개로 평가는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은 청문 주재인인 법무법인 경 정연순 변호사의 청문의견서를 바탕으로 교육부에 국제중 지정취소 동의신청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 기한은 청문일로부터 20일 이내다. 교육부는 교육청의 신청을 받은 뒤 50일 안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두 학교는 내년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두 학교가 이미 법적 대응을 예고한 만큼 법적공방이 이어진다면 내년 곧바로 일반중으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성 교감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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