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곡물, 철광석 등 건화물 시황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 24일 1705포인트를 기록했다. 51개월 만의 최저였던 지난달 14일(393)보다 4배 이상, 이달 1일(520)과 비교해도 보름 만에 3배 이상 급등한 수치다.
BDI 폭등은 케이프운임지수(BCI)의 급상승에서 비롯됐다. 18만t급 이상 대형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BCI는 BDI 산정 시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BCI는 이달 1일 82포인트에서 17일 2455포인트로 30배 가까이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철광석 생산을 중단했던 브라질의 철광석 업체인 발레가 수출을 재개하면서 화주들의 운송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팬오션 대한해운 등 국내 벌크선사엔 숨통이 트였다. 하림그룹 계열의 팬오션과 SM그룹 해운 부문의 대한해운은 벌크선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통 5월 이후 운임 상승은 하반기 실적에 반영된다.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지는 이유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난달 말 1조위안(약 171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혀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물동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줄어드는 것도 벌크 해운사엔 호재가 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노후 선박 해체 작업이 최근 재개됨에 따라 이달 1~15일 해체된 선박은 총 190만DWT(화물적재톤수)로 집계됐다. 4월(70만DWT)과 5월(113만DWT) 선박 해체량을 크게 앞선다. 발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에 맞춰 “앞으로 노후화된 개조 벌크선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선박 해체량 급증에 따른 선복 공급 감소로 BDI가 당분간 상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운사들은 다만 작년 수준으로 운임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BDI는 연일 2000대를 기록하면서 2518까지 치솟았다. 9년 만의 최고치였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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