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신 빈자리 잡아라"…보톡스 시장 '후끈'

입력 2020-06-25 17:33   수정 2020-06-26 02:00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원료 바꿔치기 사건 이후 관련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메디톡스는 판매 정지 처분이 내려진 메디톡신 대신 프리미엄 제품인 이노톡스를 대폭 할인해 점유율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휴젤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하려는 모양새다. 다음달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균주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 판결도 앞두고 있어 보톡스업계가 ‘치킨게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디톡스, 이노톡스 대폭 할인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 4월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디톡신 50·100·150 제품 허가 취소를 예고한 뒤 이노톡스를 대폭 할인 판매하고 있다. 이노톡스는 메디톡스가 개발한 세계 첫 액상형 보톡스 제품이다. 메디톡스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개발한 이노톡스를 한국 앨러간의 보톡스 제품 등과 비슷한 가격에 판매해왔다.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하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보톡스 시장 점유율 1위인 휴젤은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메디톡스 제품만 썼던 병원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국내 보톡스 시장 3·4위 업체인 대웅제약과 휴온스도 메디톡신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달엔 종근당도 보톡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ITC 이후 한 곳은 문 닫을 수도

균주 출처를 두고 5년째 싸우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ITC 판결이 나오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더욱 급변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다음달 6일 판결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세 가지다. ITC가 대웅제약 보톡스 제품에 대해 일정 기간 또는 무기한 수입 금지를 하는 경우다. 사실상 메디톡스의 균주를 대웅제약이 도용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대웅제약의 미국 진출이 막히고 이 자료가 양사 간 진행 중인 국내 민사·형사 소송의 증거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규모의 손해배상금액이 오갈 수 있단 얘기도 나온다.

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면 휴젤 등 다른 국내 업체와의 균주 출처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승소 시 식약처가 균주 출처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는 게 가장 좋고, 아니면 추가 소송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균주 출처를 두고 국내 모든 보톡스 업체와 메디톡스 간 대립 양상이 펼쳐질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ITC가 대웅제약에 보톡스 수출을 허가해주면 메디톡스는 어려움에 처한다. 메디톡스의 국내 민사·형사 소송 승소 가능성도 낮아진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설자리를 잃을 뿐 아니라 생존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소송 비용도 부담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4분기 163억원, 올 1분기 100억원을 소송비로 썼다. 메디톡스는 오는 8월 완공 예정이었던 충북 오송 신공장 건설도 멈췄다. 투자비만 480억원이다. 매년 진행해온 신입직원 공채도 취소했다. 그만큼 자금 여유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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