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환 기준에 대한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26일 인국공에 따르면 직고용 대상자는 문 대통령이 인국공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 1000여명이다. 반면 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자 약 800명은 일반인과 함께 공개채용 절차를 밟게 된다.
때문에 문 대통령 방문일 이후 입사자들이 반발하는 상황. 이들은 "대통령 은혜를 입어야만 정규직이 될 수 있는 거냐"면서 문 대통령 방문일 기준으로 직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공정모임) 대표도 <한경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연봉 2300만원짜리 9급 공무원이 되려고 수년간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비정규직을 연봉 3800만원짜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정규직 전환 자체도 문제인데 전환 기준은 더 큰 문제다. 도대체 왜 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냐"면서 "방문일 이후 입사자도 같은 일을 하는데 기준이 무엇인가. 조선시대처럼 임금이 방문했다고 시혜를 주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네티즌들도 "21세기에 승은이냐" "대단하다" "해외 토픽감"이라며 반발했다.
한 네티즌은 "진짜 무슨 김정은이냐"면서 "최고 존엄께서 인천공항을 현지 지도하신 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라고 교시하시었으니 그때 비정규직이었던 자들은 정규직 되는 거지만 그때 없었던 자들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군요"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 정도면 문재인 오신 날을 만듭시다. 제발 우리 사업장도 방문해달라"고 했다. 한 네티즌은 "인국공은 BM 과 AM 으로 나뉜다. 비포 문(Before Moon)과 애프터 문(After Moon)"이라고 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문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에 대해 "(방문일) 이후에 들어온 분들은 전환될 일자리라는 걸 알고 들어온 분들이기 때문에 이분들은 필기시험 같은 공개채용 절차를 또 거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은 결국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인국공 일부 직원들은 비슷한 절차를 통해 채용됐으며 동일 업무를 함에도 전혀 다른 처우를 받게 된다.
때문에 공정모임 이종배 대표는 "청년들은 정규직 전환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리를 정당한 경쟁을 통해 채우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공개채용 하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해온 청년들이 그 자리에 갈 수 있지 않나. 운에 따라 정규직이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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