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상태에서 소리는 전달되지 않는데 빛은 전파되는 이유는…진공의 전자기적 성질 주기적 변화 통해 빛이 이동

입력 2020-06-29 09:00  


사진작가 김아타의 <뉴욕-10,000>(사진 1)은 미국 뉴욕에서 찍은 사진 1만 장을 디지털로 합성한 작품이다. 사진 속에 있던 뉴욕의 생생한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작품에는 뿌연 흔적만 남아 있다. 창작 과정을 모르고 작품을 본다면, <뉴욕-10,000>의 첫인상은 “아무것도 없다”일 것이다. 이 작품은 무한한 가능성이 합쳐지면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는 진공의 현대물리학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소리는 공기와 같은 매질을 통해 전파된다. 매질의 진동을 통해 소리가 전파되므로, 매질이 사라지면 소리도 사라진다. 그런데 빛을 포함한 전자기파는 매질이 없는 진공에서도 전파된다. 우주 진공을 지나온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며, 화성탐사 인공위성과 통신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온 진공에서 어떻게 빛은 전파될 수 있을까.

진공은 입자-반입자 생성과 소멸이 가능한 무한한 창조의 공간

현대물리학에서 진공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채워진 요동치는 공간이다. 김아타의 <뉴욕-10,000>에서 작품에 사용된 1만 장의 사진을 인식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 인식의 한계로 진공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진공의 현대물리학적 특성은 입자-반입자의 생성과 소멸을 관측함으로써 확인되었다. 반입자는 지상의 자연스러운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들이 공기 분자와 충돌하여 생성되거나 가속기 실험실에서 생성된다. 지구상의 물질은 대부분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입자들에 각각 대응하는 반입자를 반양성자, 반중성자, 그리고 양전자로 부른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반입자다. 입자와 반입자가 만나면 빛을 남기고 사라질 수 있고, 반대로 빛이 입자-반입자 쌍을 생성하면서 사라질 수도 있다. 두 입자가 충돌하여 지상의 자연스러운 환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입자-반입자 쌍이 생성되고 소멸될 수도 있다.



진공에서 찾아낸 힉스입자

(사진 2)는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지대에 위치한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가속기에서 두 양성자가 충돌하여 힉스입자가 생성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것이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의 존재는 2012년에 실험으로 확인되어 2013년 노벨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이미지의 가는 실선은 전하를 가진 입자와 반입자들의 경로를 나타낸다. 전하가 0인 힉스입자는 이미지에서 직접 찾을 수는 없지만, 전하를 가진 다른 입자로 붕괴하는 경로를 역으로 추적하여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사라질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힉스입자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130배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양성자가 130배나 무거운 힉스입자를 자신 속에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여 자신보다 130배나 무거운 힉스입자를 생성할 수 있을까. 답은 진공 자체에 있다. 입자의 속력이 커지면 에너지도 증가하므로,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 양성자는 힉스입자를 생성할 만큼 큰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이 에너지가 충돌 지점의 진공을 흔들어 진공 속에 숨어 있던 힉스입자를 실제 입자로 바꾼 것이다. 에너지가 작으면 생성되는 입자와 반입자의 질량도 그만큼 작다. 입자인 동시에 반입자인 빛은 질량이 없으므로 가장 쉽게 생성될 수 있다.

빛의 이중성-입자와 파동

진공이 가진 전기적 성질과 자기적 성질의 주기적인 변화가 앞으로 전달되는 것이 바로 빛이다. 진공을 변화시키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빛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진공의 전자기적 성질 변화는 전자-양전자와 같이 전하와 질량을 가진 입자-반입자 쌍의 생성과 소멸을 수반하므로 양자화되어 있다. 빛이 이중성을 가지는 이유이다.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빛의 이중성은 상호 모순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며, 실험 방법에 따라 다른 성질이 보일 뿐이다. 빛의 진동 주기보다 매우 짧은 시간에 강한 충격을 주면 빛의 어떤 성질이 보일까. 양자화된 진공의 변화만이 보인다. 바로 빛의 입자성이다. 빛알갱이는 입자성이 강조된 빛의 다른 이름이다. 빛알갱이는 입자들과 충돌하기도 하고 튕겨 나가기도 한다. 반대로 매우 긴 시간에 아주 약한 충격을 주면 빛의 어떤 성질이 보일까. 빛의 파동성이 보인다. 빛의 에너지는 거의 변하지 않으므로 전기장과 자기장의 주기적인 변화가 보인다. 바로 전자기파이다. 해수욕장에서 튜브를 타면 파도를 즐길 수 있지만, 아주 높은 곳에서 다이빙하면 바닷물이 딱딱한 물체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매질 없는 진공에서 진행하는 빛의 이중성은 이제 과학 상식이 되었고, 입자-반입자 쌍의 생성과 소멸이 가능한 진공의 성질도 많이 밝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진공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다. 우주 진공을 채우고 있는 암흑에너지는 가속팽창의 원인이 되며 우주 전체 에너지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실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미래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기대를 걸어 본다.

기억해주세요

진공이 가진 전기적 성질과 자기적 성질의 주기적인 변화가 앞으로 전달되는 것이 바로 빛이다. 진공을 변화시키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빛도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진공의 전자기적 성질 변화는 전자-양전자와 같이 전하와 질량을 가진 입자-반입자 쌍의 생성과 소멸을 수반하므로 양자화되어 있다. 빛이 이중성을 가지는 이유이다.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빛의 이중성은 상호 모순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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