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청년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번 문제를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의 줄임말) 사태'라고 부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가짜뉴스 탓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것과 관련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온갖 차별로 고통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외면하고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겨 자신들의 뒷배를 봐주는 '갑들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왜곡보도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공기업 입사에 대한 기회를 공평하게 달라는 청년들의 분노를 언론의 선동 탓으로 돌린 겁니다. 청년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2018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 사람인에 올린 보안 검색요원 요구 조건을 보면 △학력은 고졸 이상 △경력 무관 △성별 무관으로 돼 있습니다. 정부와 청와대는 "보안 검색이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전형은 '무전형, 무경력, 무자격'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게 청년들의 반박입니다.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이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공개채용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요구가 과연 언론의 선동 때문일까요? 한국 사회 청년들이 언론에 선동될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장입니다.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 대통령 스스로 문재인 정부 시대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서 보듯 기회는 평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결과가 정의롭지도 못합니다.
김 의원은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에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두 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2019년 기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9100만원에 달한 반면, 이번에 정규직 전환하는 분들의 연봉은 3850만원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정규직이지만 연봉은 낮다"는 논리가 청년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을까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사안의 본질은 온갖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왜곡된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좋아져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습니다. 청년들 역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불공정한 전환 과정을 반대'하는 겁니다. 여당 의원들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당위성만 주장할 게 아니라 왜 이런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환하는지에 대한 청년들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