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자풀이
實: 열매 실
事: 일 사
求: 구할 구
是: 바를 시
청나라 고증학파가 내세운 학문 방법론
실질적인 일에 나아가 옮음을 구한다는 뜻-한서(漢書)
한나라 경제에게는 유덕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유덕은 하간왕이 되었는데, 고서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을 좋아했다. 당시에는 진시황이 유학과 관련된 대부분의 서적을 불태운 상황이라서 고서적을 구하기 어려웠고, 책값도 비싸서 적잖은 돈이 필요했다.
유덕이 학문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많은 사람이 조상들이 물려준 옛책을 그에게 바쳤으며, 그를 따르는 학자들은 그와 함께 고서를 연구하고 정리했다. 한무제가 즉위하자 유덕은 여러 학자와 고대 학문을 연구해 칭송을 받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학문 연구를 즐길 뿐만 아니라 옛서적을 좋아하며, 항상 사실로부터 옳은 결론을 얻어낸다(修學好古 實事求是)”고 했다.
‘실질적인 일에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 ‘사실을 얻는 것을 힘쓰고 항상 참 옳음을 구한다’로 풀이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출전은 <한서(漢書)> 하간헌왕전에 보이는데, 학문 방법론으로 제기된 것은 청대 고증학자들에 의해서다. 고증학의 학풍은 경전의 일자일구(一字一句)에 대해 정확히 자구를 해석하고 고증하는 것이 특징이다. 고증학자들은 송나라와 명나라의 학문이 경전의 본뜻에 어긋난 주관적인 해석에 빠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은 허망한 담론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 김정희의 ‘실사구시론’이 유명하다. 그 개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실사구시라는 말은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요긴한 방법이다. 만약 실사(實事)를 일삼지 않고 공허한 학술만을 편하다고 여기고, 그 옳음은 구하지 아니하고 선인(先人)의 말만을 위주로 하면 그것은 성현의 도에 배치된다. 학문의 도는 마땅히 실사구시해야 하며 공허한 이론을 따르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널리 배우고 힘써 행하되, 오로지 실사구시 한마디 말을 주로 하여 실천하면 된다.”
‘조선시대 실학파들은 실사구시적 학문을 추구했다’ ‘명나라의 성리학은 실사구시보다는 공리공론적 성격이 짙다’ 식으로 쓰인다.
shin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