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경기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사진)의 바통을 박경완 수석코치가 이어 받는다. 올 시즌 SK의 성적 부진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염경엽 감독은 현재 의식은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SK 구단은 박 수석코치가 염경엽 감독이 회복할 때까지 감독대행 자격으로 팀을 지휘한다고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전날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더블헤더(DH) 1차전 경기 도중 쓰러졌다. 2회초 공수교대 상황에서 갑자기 쓰러진 염경엽 감독은 구급차로 긴급 후송됐다.
병원에서 엑스레이와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혈액검사를 실시한 염경엽 감독은 불충분한 식사와 수면,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신 쇠약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염경엽 감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 정밀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휘봉은 당분간 박경완 수석코치가 맡는다. SK는 25일 염경엽 감독이 갑자기 쓰러진 DH 1차전까지 내주며 8연패에 빠졌지만 곧바로 이어진 DH 2차전에서 7-0 완승으로 마침내 연패 사슬을 끊었다.
염경엽 감독은 평소 매뉴얼을 책으로 만들어 각 코치들에게 나눠주고 숙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완 수석코치 역시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매뉴얼을 받은 만큼 감독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종전에도 명포수 출신인 박경완 수석코치에 대해 "박 수석은 감독을 할 수 있는 후배"라며 "잘 끌어주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신뢰감을 나타낸 바 있다.
염경엽 감독은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SK 구단 관계자는 "평소처럼 또렷하게 의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가벼운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라며 "간혹 답답함을 호소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 이전에도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프로야구 감독들은 종종 있었다.
2004년 '국민 감독' 김인식 감독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 시절 뇌경색 증세로 쓰러져 한동안 후유증으로 고생했고, 2016년엔 한화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이 클리닝 타임 때 어지럼증을 느껴 병원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2017년엔 NC 다이노스를 지휘하던 김경문 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 전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보이다 뇌하수체 양성 종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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