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거느리고 있는 생명보험사 KDB생명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들어온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대표 이종철)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하고 이르면 29일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은이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억지로 떠안은 지 10년 만이다.
KDB생명은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운용사(GP)를 맡고 있는 펀드(케이디비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 및 유한회사)에서 지분 92.73%를 보유하고 있다. JC파트너스는 기존 주식을 2000억원에 사고, 3500억원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매각 측에 제안했다.
◆JC파트너스, 5500억원 펀드 조성해 인수
JC파트너스는 인수를 위해 총 55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 펀드에는 산업은행이 다시 700억~1000억원 규모로 후순위 출자하기로 약정했다. 매각이 완료되더라도 펀드 투자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도 26일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KDB생명 인수를 위한 JC파트너스 펀드에 출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우리은행은 산은보다 윗 순위로 500억원을 출자하고, 선순위 혹은 인수금융으로 5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니라 단순 재무적 투자자(FI)의 성격에 더 가깝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을 재보험사로 바꾸는 데 따라 회사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선순위 투자자로는 연기금 및 각종 공제회가 참여할 예정이다. 향후 KDB생명에서 손실이 나면 산은이 가장 먼저 최대 1000억원까지, 우리은행이 그 다음 500억원까지, 그 다음에 연기금 등 일반 투자자들(우리은행 선순위 투자 포함)이 마지막으로 손실을 보는 구조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을 인수해 단계적으로 공동재보험사로의 전환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재보험사를 거느린 칼라일 등과의 협력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칸서스 비토권 행사할까
아직 모든 변수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특히 공동 GP인 칸서스자산운용은 1조원이 넘는 장부가를 가진 KDB생명을 2000억원에 팔아서 손실을 기록해야 하는 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칸서스 측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공동 GP 간에 출자 비율이 비등하지 않고 한쪽이 낮을 경우 비토권 조항을 넣는 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금호생명보험(KDB생명의 전신)을 인수했다. 현재 KDB생명의 최대주주는 KDB칸서스밸류유한회사(65.80%)와 유한회사의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DB칸서스밸류PEF·26.93%)다. KDB칸서스밸류PEF는 산업은행이 68.2%의 지분을, 칸서스자산운용이 2.4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칸서스자산운용의 거부권이 KDB생명 매각의 최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KDB생명의 몸값이 너무 낮게 책정될 경우 칸서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2014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KDB생명 매각이 저금리 기조 등으로 시장에서 번번이 외면받자, 지난해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 가격을 장부가 아래로 낮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DB생명 매각가를 시장에서는 최소 2000억원에서 많게는 8000억원까지 보고 있다"고 언급한 점도 그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됐다.
칸서스자산운용 측 관계자는 "단순히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비토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면서 "거래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KDB생명과 칸서스자산운용 간에 진행 중인 법적 공방 역시 KDB생명 매각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DB생명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상호출자로 얽혀있다. 칸서스자산운용은 2008년 대우증권과 금호생명(KDB생명의 전신)을 회사 주주로 유치하는 26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지난해 감자와 증자 등을 거치면서 현재 KDB생명이 보유 중인 칸서스자산운용 지분은 2.99%인 것으로 추산된다.
KDB생명은 2017년 투자 손실을 이유로 칸서스자산운용에 풋옵션 이행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2018년 풋옵션 미행사에 대한 위약금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칸서스자산운용 측은 KDB생명의 풋옵션 행사 원인이 된 칸서스자산운용의 손실은 결국 2010년 산업은행의 요구로 KDB생명에 출자한 결과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송은 현재까지 1심에서 계류 중이다.
이상은/김리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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