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0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있는 한 실버타운. 최근 이 지역에 중국 최초로 스마트 식당이 들어섰습니다. 전강만보(錢江晩報)에 따르면 이 식당 이용자인 할머니들은 음식값 지불을 현금이나 신용카드 대신 '얼굴'로 합니다. 바로 '안면인식' 결제가 도입됐기 때문인데요. 식사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이 식당에선 빅데이터와 안면인식 기술로 모든 게 이뤄집니다.
과정은 이렇습니다. 안면인식으로 결제를 하려면 얼굴 정보를 밥값이 들어있는 카드에 등록해야 합니다. 자신의 얼굴 정보를 카드와 연동 시킨 뒤부터 안면인식 결제가 가능한데, 이 첨단 기술이 반영된 지불 방법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하신다고 하니 조금은 신기합니다.
◆ 할머니·유치원생 등교, 식사도 '안면인식'
중국에서 안면인식은 이제 생활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술입니다. 마트, 지하철 개찰구, 짐 보관소, 초중고 교육시설, 경찰서, 관공서, 심지어 쓰레기 분리수거함까지 일상 속에서 폭 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올 초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일시 소강 상태를 보였을때 개학을 맞이한 학교 시설에서도 학생들이 안면인식을 통해 등교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지난 3월 항저우(杭州)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안면인식 기계를 통과하면 체온 정보와 고유 번호 등 개인 정보가 순식간에 서버에 저장되는 시스템을 설치했습니다. 수백명의 학생들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검사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는 게 학교 측의 얘깁니다. 학생들의 체온이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가면 알림이 울리고, 해당 정보를 교사와 학부모가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안면인식 시스템이 유치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 도입됐다고 합니다.
안면인식을 적용한 '스마트 쓰레기통'도 최근 등장했습니다. 지난 23일 중국 상하이(上海)의 한 주거구에서는 주민들이 쓰레기통 앞 카메라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는 안면인식 쓰레기통이 생겼는데요. 신분확인을 통해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의 종류와 무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관리한다고 합니다.
지하철에서도 안면인식 기술이 사용되는데요. 기존 승차권이나 QR코드 결제를 하지 않고도 얼굴만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지하철 당국에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얼굴 정보를 등록한 뒤 자신의 은행 계좌에 연동시키면 됩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전국에 이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며 베이징을 비롯한 상하이 등 대도시에 우선 도입할 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5G·AI 등 첨단산업 세계 1위로"…중국, 5년간 1700조 푼다
안면인식 기술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속에서 점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예방을 위해 신체 접촉 없이 출입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은행 등 금융업계, 식음료를 비롯한 유통업계에서도 보안과 편의성, 마케팅 수단 등으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글로벌 안면인식 시장은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20% 성장률을 보이면서 90억달러(한화 약 10조4400억원) 수준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현재 안면인식 기술에서 세계 선두 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센스타임', '메그비', '이투커지' 등 얼굴인식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 관련 산업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안면인식 기술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폐막한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올 한 해 5세대 통신(5G)·인공지능(AI) 등 IT 인프라에만 약 1조7000억위안(약 28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5년 간 10조위안(약 1700조원)을 풀어 이들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합니다.
이미 2015년 '중국제조 2025'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IT기술, 신(新)에너지, 로봇, 바이오의약 등 전략산업을 육성해오고 있는데, 여기에 '중국판 뉴딜' 정책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첨단 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도 이같은 첨단 기술의 발달을 보고 잔뜩 경계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성장과 이를 주시하는 미국, 그 사이에서 한국은 'IT 강국'이라는 명성을 어떻게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