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2019회계연도 4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한 나이키의 성적표다. 지난 3~5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봉쇄됐던 시기다. 그래서 적자가 7억9000만달러(약 9500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은 악화됐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온라인 매출이 무려 70% 이상 급증했고, 코로나19를 먼저 극복한 중국 시장의 판매는 금세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6월 들어 미국 유럽 등의 경제 재가동이 가속화되면서 나이키는 올해 최소 작년과 비슷한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CNBC 등에 따르면 나이키의 이번 분기 매출은 63억1300만달러로, 전년 동기(101억8400만달러)에 비해 38% 감소했다. 나이키 측은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운동용품 매출이 53% 급감하고 의류와 신발 매출도 각각 42%, 3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기 손익은 7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9억8900만달러 흑자)에 비해 적자전환했다. 세계 주요 영업망이 거의 8주간 폐쇄된 여파로 공장 주문이 취소되면서 비용이 발생했고, 재고도 31% 폭증한 탓이다. 이에 따라 매출총이익률도 전년 동기 45.5%에서 37.3%로, 8.2%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온라인 판매는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무려 75% 폭증하면서 지난 분기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했다. 당초 나이키는 2023년에 온라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이키 측은 ‘머지않은 미래’에 전체 매출의 절반을 온라인으로 달성하겠다는 새 목표를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 시장 매출은 지난 분기 22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46% 급감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46% 매출 감소를 맛봤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16억4700만달러로,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부터 경제를 재가동한 중국의 소비가 견조하게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으로 나이키의 전 세계 매장은 약 90%가 문을 연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매장이 개장했고, 북미에서는 약 85%가 다시 문을 열었다.
존 도너휴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6월 디지털 판매는 작년 동기에 비해 세 자릿수 증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소매점에서의 판매는 아직 전년도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며 “올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의 5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5억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같은 시기보다 41억달러 늘렸다. 지난 3월 60억달러 규모의 빚을 조달했고, 종전의 두 배 수준인 40억달러를 금융회사 크레디트라인으로 확보한 덕분이다.
나이키의 3~5월 실적은 엉망이지만, 주가는 지난 3월 말 저점인 주당 62달러에서 이날 종가인 101.40달러까지 60% 이상 급등한 상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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