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제철소의 전기로 열연공장을 결국 매각하기로 했다.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철강 시황이 급속하게 악화한 영향이다. 포스코, KG동부제철에 이어 현대제철마저 전기로 열연사업을 중단하며 국내 전기로 열연공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노사협의회를 열고 노조 측에 전기로 열연공장 설비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일부 매각이 불가능한 설비는 철 스크랩(고철) 처리를 할 계획이다. 전기로 열연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275명은 다른 공장이나 부서로 배치된다. 현대제철은 설비가 빠져나간 공장 부지를 철 스크랩과 코일을 쌓아두는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기로는 철광석과 석탄(코크스)을 원료로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용광로)와 달리 철 스크랩에 열을 가해 철근 등을 생산한다. 지난 몇 년간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로의 수익성은 계속 악화됐다. 중국 제철소와의 경쟁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현대제철의 경쟁자였던 포스코와 KG동부제철은 2014년 이후 전기로 열연사업을 중단했다.
현대제철은 2005년 전기로 열연을 처음 생산한 이후 15년간 사업을 이어왔다. 당진 열연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100만t 수준이다. 올초 코로나19로 열연 수요가 급감하자 현대제철은 전기로 열연공장 생산량을 30% 감산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매각이 거론됐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열연사업을 비롯해 수익성 낮은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자동차 강판, 선박용 후판 등 고급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해 초 “저수익 제품에 대해 (사업부 매각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서울 잠원동 사옥을 매각했으며 단조 사업을 물적분할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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