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는 데다 검찰의 기소 강행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얘기였다. 미·중 반도체 분쟁, 핵심 사업 성장세 둔화 등 삼성을 둘러싼 복합 위기는 여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2030년까지 세계 1위를 하겠다”고 발표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스템 반도체의 한 축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선 세계 1위 TSMC(2분기 점유율 전망치 51.5%)가 삼성전자(2위, 18.8%)와의 격차 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TSMC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업체 NXP를 최신 5㎚(1㎚=10억분의 1m) 공정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삼성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통신용 반도체 ‘엑시노스’,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등을 설계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역시 퀄컴, 미디어텍, 소니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수 인력 및 고객사 확보 등 ‘경쟁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CATL, BYD 등은 자국 정부의 지원금 등을 등에 업고 해외 완성차 업체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미 중국 업체들은 폭스바겐, BMW, 포드, 아우디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바이오는 4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와 관련해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앞으로도 사업장 방문, 사장단 간담회, 해외 출장 등 현장 경영의 고삐를 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19일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 23일 수원 생활가전사업부) 현장경영을 소화했다.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게 경제계의 해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삼성이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의견이 나온 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 부회장의 리더십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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