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둥이 전쟁' 중국-인도, 군비 확장 경쟁 심화

입력 2020-06-28 10:54   수정 2020-09-26 00:01

중국과 인도 군대가 국경 분쟁 지대에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충돌 이후 두 나라가 앞다퉈 군비 확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27일 보도했다. 두 나라는 긴장 완화를 위해 고위급 군사회담도 열었으나 자존심 싸움을 벌이면서 군사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CMP는 지난 22일 촬영된 최신 상업용 위성사진에서 중국군이 분쟁지대인 라다크지역 갈완계곡의 유혈 충돌 사태가 벌어진 지점 바로 근처에 벙커, 텐트, 군수물자 보관 창고 등을 설치한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들 시설은 지난달 촬영한 사진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유혈 충돌 이후 티베트자치구에서 인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훈련을 최소 세 차례 진행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군은 경전차, 자주 곡사포, 122㎜ 다연장 로켓 등을 동원했다.

인도군 역시 충돌 지점 바로 인근에 화력 증강용 장비를 추가로 배치했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군은 유혈 충돌이 일어난 갈완 계곡에 T-90 탱크를 배치했으며 공군 항공기가 항공 정찰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첨단 무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첨단 방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 트라이엄프' 도입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인도는 당초 총 52억달러에 달하는 이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내년 말까지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중국과의 국경 분쟁을 계기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S-400 방공 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으로,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 미사일과 전술 탄도미사일, 전투기, 드론 등을 모두 요격할 수 있다.

인도는 한 단계 낮은 S-300 방공 미사일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은 S-400을 2018년 이미 도입했다. 인도가 국경 분쟁 상대인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신형 미사일 시스템 도임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15일 밤 인도 북부 갈완계곡에서는 중국군과 인도군 600여명이 무력 충돌,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인도 육군은 이 충돌로 자국 군인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중국 측도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역시 사상자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 합의에 따라 총기를 휴대하지 않았으며, 몽둥이 등을 들고 격투를 벌였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하고 파키스탄부터 티베트에 이르는 3488㎞의 실질 통제선(LAC)을 사실상 국경으로 삼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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