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K공인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잠실동은 강남구 대치동 삼성동 청담동 등과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매매가 막혔다. 하지만 호가가 내리지 않고 있다. K공인 대표는 “집주인들 사이에선 어차피 오를 텐데 1년만 버티면 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잠실 대장주 중 하나인 리센츠 전용면적 84㎡ 호가는 최대 23억원 선이다. 호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직전인 지난 22일 기록한 신고가(23억원·16층) 수준에 형성돼 있다. 인근 엘스 아파트 전용 84㎡에선 최대 23억원 중반대에 매물이 나왔다. 직전 거래가이자 최고가인 22억원에서 1억5000만원가량 뛰었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보다 수요자가 더 힘들어졌다”며 “매물은 없고 그나마 물건이 있어도 대출 규제에 막히고 허가를 받기 힘드니 매매 계획이 있던 수요자의 고민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해 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표 후 지정까지 엿새간(17∼22일) 강남구 송파구 등에선 73건의 매매거래가 이뤄졌다. 발표 전 엿새 동안(11~16일) 거래 건수가 134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매거래는 되레 45% 넘게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은 뛰어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삼성동에선 22일 래미안삼성1차 전용 182㎡가 28억원에 손바뀜하며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 비슷한 시기에 이 지역 중앙하이츠빌리지 전용 152㎡도 28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치동에서는 롯데캐슬 전용 105㎡가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들 단지의 집주인들은 앉은 자리에서 몇 개월 만에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가량 벌었다.
업계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될 지역 일대를 집주인이 매물과 가격을 결정하는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보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희소성이 더 높아져 수요자들의 매수 욕구만 강해지고 있어서다. 삼성동 Y공인 관계자는 “다들 강남에 집을 못 사서 안달인데 집을 가진 매도자들은 크게 아쉬울 것도 없다”며 “이번 조치로 정부가 대놓고 개발 호재와 인프라가 갖춰질 로또 지역을 찍어준 셈이 됐다며 집을 내놨다가 거둬들인 집주인도 여럿 된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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