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 부동산 대책’ 발표 후 분당 아파트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경기 용인 수지·기흥, 화성(동탄2)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영향이 컸다. 이들 지역은 이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는 경기 성남 분당과 같은 대출 등 규제를 받으면서 상대적인 메리트가 사라졌다. “똑같이 어렵게 대출받아 사는 거면 분당이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정이 생기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학군 선호도가 높은 분당이 대치동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 규제하니 분당이 뛴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값이 잇따라 최고가에 거래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후 수내동 양지마을 금호1단지 전용면적 133㎡가 16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4억원대 초반이던 기존 평균 시세에서 단숨에 2억원가량이 올랐다.
수내동 파크타운 대림아파트 전용 101㎡도 최근 14억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2억65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으로 한 달 만에 1억원 넘게 뛰었다. 이매동 청구아파트 전용 194㎡도 17억원에 거래돼 기존 신고가(16억4000만원)를 넘어섰다. 이외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5단지, 서현동 효자촌, 구미동 무지개4단지, 정자동 한솔한일 등에서 이전 고가보다 최소 2000만~5000만원 이상 오른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수내동 Y공인 관계자는 “6·17 대책 발표 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매수자들이 붙자 한번에 호가를 1억~2억원씩 올리는 집주인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값은 이달 셋째주 0.05% 오르며 상승세로 전환했고 넷째주에도 0.05% 올랐다. 부동산업계에선 6·17 대책 발표 후 규제 지역이 확대되면서 분당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경기 수원, 안양, 군포, 용인 수지·기흥, 화성(동탄2)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담보인정비율(LTV)이 9억원 이하 주택은 40%, 9억원 초과 20%, 15억원 초과는 0%로 제한되는 등 대출을 비롯한 각종 규제가 강화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다.
학군 부각에 전세 가격도 올라
분당 전세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6·17 대책으로 서울 주요 학군지에서 전세 물량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분당으로 세입자가 몰려들고 있어서다. 특히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까지 지정되면서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전통적인 학군 지역으로 꼽히는 분당 수내동, 이매동 등이 대체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수내동 양지마을 5단지 전용 84㎡는 지난 22일 7억5000만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4월에 비해 전세 가격이 7000만원가량 뛰었다. 인근 비슷한 주택형 전세 보증금 시세는 현재 8억~9억원에 달한다.
분당에 예정된 기업 입주가 많은 것도 호재다.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지어지는 네이버 제2사옥은 정자동에 내년 상반기 완공될 예정이다. 두산그룹도 정자역 인근 9936㎡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7층 규모의 두산분당센터를 짓고 있다. 올해 말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핵심 계열사 사무실이 들어선다. 현대중공업도 2022년 말까지 정자동 잡월드 잔여부지에 그룹 통합 글로벌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한국조선해양, 현대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7개 계열사 연구인력 5000명이 입주하게 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 몇 년간 ‘인 서울’이 강조되면서 분당은 상대적으로 소외받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학군 등 인프라가 좋은 데다 재건축 기대까지 커지며 최근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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